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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4. 2022

생텀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본모습이 드러난다. 

사람이 정직하게 살면서 바른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정답에 가깝다. 손쉽게 살고 돈을 버는 것은 에너지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노력이나 시간으로 사는 것은 사실 에너지 소비가 상당히 많다. 단시간에 되지도 않을뿐더러 오랜 시간의 에너지가 축적되어야지 가능하다. 쉽게 살아온 사람에게 정직을 바라는 것은 가장 바보 같은 일이다. 


쉽게 성공한 사람이 결국 가장 큰 실패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의 본질은 위기의 순간에 나온다. 그건 숨길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 한 몸조차 제대로 못 살아온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을까. 사람은 항상 판단을 하면서 살아간다. 계속 자신에게 유리하고 편한 쪽으로만 선택하다 보면 결국 막 다른 길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궁지에 모는 것이다. 

K2나 볼케이노, 버티컬 리미트, 투머로 우등 이런 영화의 특징은 인간의 고난 극복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이겨내고 그 속에서 가족애와 우정 그리고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을 보여준다. 생텀이라는 영화도 재난영화의 기본적인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다. 비용을 대주는 부유하고 자신뿐이 모르는 투자자, 강한 리더십을 가진 아버지, 각기 개성이 강한 팀원들 그리고 반항심 많은 자식, 여기에 끈끈한 우정을 가진 동료까지 더해지면 된다. 


영화는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각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백 만년 동안 빗물이 암석을 녹여 바다로 흘러나가는 길을 만든,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유일무이한 미탐험 동굴 에사 알라가 바로 그 공간인데 동굴 탐험가 ‘프랭크’는 자신의 탐험대와 함께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태평양의 깊고 거대한 해저동굴 ‘에사 알라’를 탐험 중이다. 


사람들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하나씩 있다. 그중에 가장 높은 산을 오르고 남극을 탐험하며 미지의 자연에 발을 내디뎌 동굴을 탐험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탐험가이지만 인간의 욕심과 닮아있다. 누군가 가지 않은 곳이나 가장 첫 번째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욕망은 순수한 탐험의 정신으로만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은 재난과 동반해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종 장비를 가지고 가긴 하지만 상상하지 못한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많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탐험이 그렇듯이 팀으로 움직이게 되고 팀은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는 미지의 세계의 알려지지 않은 위협만큼이나 위협적인 일이다. 실제 탐험은 강인한 체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스쿠버 다이빙과 암벽 등반뿐만 아니라 다양한 하드 트레이닝을 거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이다. 


물론 세트이기는 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파푸아 뉴기니의 길게 뻗은 강, 거대한 규모의 폭포, 자연 장식이 훌륭한 종유석, 커다란 지하동굴은 신비로운 석회암과 물로 가득한 동굴의 느낌을 완벽히 재현하기 위해서 호주 남섬의 퀸즈랜드 골드코스트와 남호주 일대의 동굴들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추가하고 마운트 갬비어에 위치한 케이브 다이빙 지역에서 실제 다이빙 촬영을  통해 완성했다고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은 그냥 속담으로 흘려버릴 것이 아니라 실제로 생존의 끝자락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무런 도움도 못될 지푸라기라도 잡는 사람은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선택에서 사악함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두운 동굴에서의 한줄기 불빛, 별 볼 일 없는 음식, 마우스피스, 오리발 하나까지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 거룩한 사명 따위는 순식간에 잊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도 인간의 기본인 생존 욕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압도적인 자연의 힘 앞에 무력하기만 한 인간은 지구에서 자그마한 먼지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배신과 갈등 따위는 생존이라는 인간의 존재 이유 앞에서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인간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는 깊은 동굴을 탐험하는 대원들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와 아들의 생명의 위기를 헤쳐나간다는 것이 깔려있는 영화 생텀에서의 갈등구조는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사람이 하나하나 죽어나가는데 냉정해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즉 명철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이다. 특히 새롭게 합류한 칼과 빅토리아는 안전한 환경 아래 모험을 즐겼던 사람들이라 프랭크의 리더십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실제 경험이 만든 리얼리티에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자연이 만들어 낸 미지의 세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 생텀은 인간 본성이 가지고 있는 악함과 강인한 정신 혹은 체력, 극한의 공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왜라는 물음표를 던져주지 않고 강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끈 프랭크처럼 친절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관객들을 이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고난을 이겨내는 것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에너지를 여러 곳에다가 아무렇게나 쓰다 보면 역경이 닥쳤을 때 대응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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