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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pr 25. 2022

백사대전

남녀관계에 따뜻한 희생이 있을까. 

남자와 여자는 애초부터 다른 세상에서 태어난 존재일지 모른다.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지만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지는 않는다. 같이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걸어가지만 보폭은 다르며 서로를 배려하지만 그 배려가 서로에게 닿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가 있을까. 중국 영화에서 남녀 간의 관계는 요괴와 사람과의 관계로 그려질 때가 많다. 순박한 청년과 겉으로는 강하지만 여린 요괴의 사랑으로 안타깝지만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백사대전은 오래간만에 배우 이연걸이 무협으로 얼굴을 내민 작품이기도 하다. 이연걸이 주인공 같지만 예전 과거 영화 청사와 매우 유사한 느낌이 든다. 싱크로율을 따진다면 90%에 가까운 느낌으로 왕조현과 장만옥이 주연을 했던 청사보다 배우들이 조금 더 현대적으로 바뀐 것 빼고는 상당히 닮아 있다. 백사대전의 경우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영화화시킨 작품으로 송나라 시대부터 내려오는 항저우 시후호 뇌봉탑에 관한 전설을 그리고 있다. 

과거에서 가져오는 스토리텔링의 힘은 이제 일반화되고 있어서 별로 새롭지도 않은 것 같다. 동물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시간이 지나면 인간과 매우 유사해진다는 것은 중국에서는 일반적인 스토리의 형태로 한국에서도 구미호등을 통해 익숙한 고전스토리이다. 백사대전은 오랫동안 묵은 뱀이 갑자기 인간이 좋아져서 모든 것을 남자에게 바친다는 순정적인 스토리로 조금은 낯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요괴와 인간의 만남이 매혹적인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선 사랑은 언제 들어도 그럴듯한 신데렐라 스토리같이 잡힐 것 같지만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다. 백사대전은 가난한 인간 허선과 요괴 백소정과의 만남을 그리고 있는데 와중에 퇴마사 법해와 그의 제자는 이들의 관계에 큰 위험을 가하게 된다. 


인간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요괴를 잡아들이거나 요괴 세계로 돌아 보낸다는 콘셉트는 인간사에서 못 사는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다시 그 동네로 보낸다는 경제적인 장벽과 상당히 닮아 있다. 약사가 되고 싶다는 허선은 자신의 능력을 전혀 알지 못하는 캐릭터이다. 그러고 보면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 그 허황된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백소정은 자신이 몇 백 년 동안 쌓은 공력을 넣어주면서 희생한다. 

왕조현의 청사보다 황성의의 백사전이 더 매력적인 단 한 가지 이유는 매력적인 배우 덕분인 것 같다. 현대적으로 생겼으면서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배우 황성의는 매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마음껏 발산한다. 황성의가 보여주는 액션 또한 깔끔한 선과 화려함으로 잘 마무리한다. 항상 영화에서 보면 매력적인 요괴는 가난한 서생이나 능력이 조금은 부족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은 왜일까?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현실과 괴리된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런 영화가 가진 매력일까? 

백사대전에서 사용된 CG는 20년 전쯤만 되었어도 볼만할 수도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면 무언가 어설프다. 정소동 감독이 이런 효과를 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래 할리우드에서 보여주는 수준으로 보면 실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자배우들의 연기와 이연걸의 무협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될뻔했다.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익숙한 중국 영화와 닮아 있어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괜찮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배우들이 가진 매력 덕분인지 보는 내내 눈이 즐겁게 해주고 있다. 사랑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요괴와 인간 사이에는 국경이 있는듯하다. 뱀과 인간의 사랑은 단순히 생각해보면 그냥 그렇지만 뱀이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 하면 가능한 스토리가 된다. 여자는 그렇게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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