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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30. 2022

꽃게 다리

백사장에서 만나본 먹음직한 암꽃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꽃게가 맛있다는 것은 아는데 먹고 나면 손의 비린내가 좀처럼 안 없어지는 그 기억은 사라지고 활꽃게찜의 달달함과 알의 고소함만이 기억에 남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손에서 꽃게 비린내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개인적으로 맛의 지도(map of taste)를 만들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본질을 잃어버린 시대에 맛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말이다. 

이 다리의 모습은 어떤 동물을 닮았을까. 처음 보는 사람이 이걸 보고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을까. 아~ 제목에 그런 걸 연상시킬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모른다면 음~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이 다리는 백사장항과 드르니항을 연결하는데 전체적으로 꽃게의 모습을 닮도록 만들어두었다. 

이곳을 건너기 위해서는 바로 올라가는 방법은 없다. 포구에는 횟집들이 바다를 에워싸듯이 자리 잡고 있는 백사장항은 바로 잡아온 해산물이 가득한 곳이다.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 위쪽으로 걸어서 올라가 본다. 이 다리는 생각보다 오래전에 완공이 된 다리다. 서해바다를 사이에 두고 만들어진 다리로 항구와 항구가 연결이 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다리가 꽃게와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다리가 유난히 긴 것을 제외하고는 비슷해 보이는 것 같다. 특이한 것은 다리의 아래로 백사장과 다리가 의외의 조화라고 할까. 

저 건너편의 드르니항은 일제강점기에 신온항으로 불렸던 항구다. 이후 2003년부터 '들른다'라는 우리말을 활용해 드르니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드르니항은 태안군 남면에 위치하고 있다. 

요즘에는 조향타를 잡을 일이 많은 것 같다. 이 다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조향타를 잡아본다. 혹시 이 꽃게를 닮은 다리가 움직일지도 모른다. 설마 진짜 꽃게처럼 옆으로만 가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 된다. 

이 항구에는 진짜 꽃게가 많다. 이제 꽃게도 금어기가 될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알을 잔뜩 밴 암꽃게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꽃게는 역시 매력이 있다. 

시간에 상관없이 이곳에서는 도매상과 계속 해산물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조에 가득 담겨 있는 꽃게는 언젠가는 어디로 가게 될 것이다. 


수산시장의 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적어도 꽃게만큼은 이곳에서 구매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꽃게가 가득 찬 수조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를 할 수가 있다. 

봄에는 서해의 먼바다에서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들어오는 암게들이 많이 잡히는데, 가격은 경매가 기준 1kg에 3만 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5천 원가량 내렸다고 하는데 가격은 현장을 가봐야 알 수 있다. 알이 실한 큰 꽃게는 생각보다 가격이 나가는 편이다. 

역시 활꽃게 중 암꽃게는 꽃게찜이 가장 맛이 좋은데 누가 발라주는 사람이 없다면 손에 냄새를 묻힐 수밖에 없다. 발라주어도 맛있게 먹으려면 어쩔 수 없다. 발라주면 맛이 떨어진다. 꽃게란 모름지가 손에 들고 쪽쪽 빨라 먹어야 맛이 있으니 이건 대안이 별로 없다. 글을 다 쓴 지금에도 손에 밴 꽃게 비린내가 안 사라진다. 꽃게의 저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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