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ug 04. 2015

영화 심야식당

밥 한 끼에 담긴 사람 냄새

심야식당을 만화로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사람 냄새 나는 밥집이야기라고 해야 하나 밥집에서 사람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해야 하나. 심야식당의 주인인 마스터는 무척 과묵한 사람이다. 말이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 있다. 실수가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수할 확률이 높아지고 자신에 대해 많은 약점을 보이게 된다. 


일부 오타쿠들을 위한 그런 영화를 제외하고 일본 영화는 무척이나 정적이고 사실적이다. 일본 드라마에서 조금은 과하게 표현하는 것과 달리 영화는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려고 한다. 


첫 번째 : 돈 많은 남자와 살았던 세컨드와 평범한 남자와 사랑이야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건 사실이다. 죽음에 직면해서 모든 것을 버리지 않는 이상 인간의 본성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 돈 많은 남자의 세컨드로 살면허 편하게 살던 여자는 남자가 죽으면서 땡전 한 푼 못 받자 그나마 편하게 살기 위해 영업사원을 꼬신다. 그러나 유산을 받을 수 있게 되자 그 남자를 아무렇지 않게 버린다. 


돈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주머니에서 자신의 주머니로 옮겨오는 것이라 주장하는 그 여자에게서 어떻게든 돈을 벌면 되지 거기에는 어떠한 도덕도 없다는 입장이다.  돈 버는 것에 있어서 올바름이라는 잣대가 없다면 법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속아서 돈을 빼앗은 사람보다 빼앗긴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은 비정상적이다. 

두 번째. 돈 없지만 먹고 싶은 것이 많은 미치루이야기


일본은 확실한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빚지고 사는 것을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남에게 빚지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일부 한국사람 는 다르다. 돈이 없어 무전취식을 했지만 미치루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빚을 갚으려고 한다. 


음식 좀 안다는 사람은 안다는 호박국수도 심야 극장에서 등장한다. 호박으로 만드는 국수는 20세기 말에 일본에서 흥행하기 시작했다. 칼로리가 낮고 섬유소가 풍부한 호박국수는 끓는 물에 삶으면 호박 속이 국수 면발처럼 변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세 번째 : 미치루를 등치고 떠난 남자 돌아온 이야기. 


미치루가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몰래 털어서 떠난 남자가 갑자기 심야식당을 들른다. 또 등쳐먹으려고 했지만 경찰관의 기지로 인해 그 남자의 사악한 의도는 좌절이 된다. 사기가 나쁜 이유는 돈을 빼앗아가서가 아니라 사람의 모든 의지를 꺾어버리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이 없다고 좌절시켜버린다. 사기가 다른 어떤 범죄보다 중하게 다뤄져야 되는 이유다. 


신바시의 유명한 요정의 여사장은 가끔가다 들른다. 심야식당의 마스터에게 다른 맘을 품고 있는 그녀는 가끔씩 툭툭 던지는 말로 도와준다. 

네 번째 : 아내 잃은 어떤 남자 이야기. 


영화가 끝날 무렵 엑스트라처럼 등장했던 모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요정에서 요리사로 시작한 미치코와 그동안 심야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크고 작은 사건을 접했던 모든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즐긴다. 음식은 나누어 먹어야 그 기쁨이 배가 된다. 그렇기에 혼자서 먹는 것보다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이 모여 먹는 것이 더 맛이 있다. 


우리가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을 지나쳐왔다면 한국의 경제시스템은 모두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일본이 강한 이유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기본기를 쌓아왔기 때문이다. 장인이나 고수는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가 내공을 전해주어서 한 번에 1 갑자(60년)가 상승된다는 그런 허황된 이야기는 무술만화에서나 가능하다.  


잔잔하니 일본 서민들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는 심야식당은 절제되고 과장되지 않아서 좋다. 


ps. 우선 구독자들에게 맞춤법  검사하면 금방 할 수 있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냥 발행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멋exZS님 강자는 약자를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신사의 나라라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 그들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비슷한 관점으로 일본인 역시 한반도 지배 당시 한국인을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런 만행이 가능했고 그때는 그랬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거죠. 


물론 일본 사람들도 예의 없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나 한국은 더 심하다는 말입니다. 돈이면 사기를 쳐서라도 많이 벌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와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도 나에게 이득이 된다면 밀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적어도 아베노믹스는 어마어마한 국가부채가 자국 국민들에 의해 소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대기업의 순환출자형태나 자국민을 대하는 태도 등을 보면 충분히 허약한 내수 시스템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도 한국인이고 한국 역사를 누구보다도 많이 접하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역사를 그냥 외면해버리고 그냥 일본의 강점도 까네기에 바쁘더군요.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한 것 같아 글 속에 넣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범죄영화 베테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