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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5. 2022

재혼의 기술

인간의 마음이 정하는 정도에 따라 가치가 있다. 

일명 로코라고 불리는 영화들을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연성과 갈등, 남녀 간의 차이라던가 다른 환경에만 초점을 맞추기에 이뻐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한다. 실제 결혼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결혼과 연애의 가장 큰 점은 가족과 가족이 얽히며 돈의 사슬이 둘을 칭칭 두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이까지 생긴다면 희망과 같은 미래의 시간을 보고 한 결혼이 끝날 때는 정도는 다르지만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게 한다. 


재혼의 기술이라는 것은 조금은 가볍고 무덤덤하게 재혼에 처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친구 같지 않은데 친구 같고 친구 같으면서도 미래를 볼 수 있는 느슨한 관계 속에 희망을 찾으려는 이야기다. 호적상 ‘이혼남’인 것만 빼면 나름 괜찮아 보이는 경호에게 어느 날 그의 앞에 아끼는 후배이자 영화감독 현수가 나타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현실 속에서는 일어나는 것이 작아 보이는 이야기다. 알 수 없는 마음으로 경호를 애태우는 성산댁과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매력으로 은정이 경호의 주변에 있다. 

재혼하는 사람들이 왜 경제력을 더 중요시하게 생각할까.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매끄러운 완충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넘어갈 수 있었던 일들도 완충제가 없을 때 큰 충돌이 일어난다. 이미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사람들은 그 돈으로 인해 갈등이 얼마나 극대화되었는지를 이미 체감해서 알고 있다. 돈 때문에 이혼한 사람들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이혼으로 가는 길목에 돈이 걸림돌이 안된 사람도 드물다. 

결혼이든 재혼이 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자신이 어떤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그런 말을 안 할 것이라는 신뢰, 자신을 아끼듯이 상대도 똑같이 아낄 것이라는 기대, 자신의 과오를 상대에게 모두 넘기지 않는다는 배려 등이 있을 때 온전하게 사이가 유지된다. 길 위에 선 사람들이 길을 찾고자 애쓰는 것은 무엇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 보고 있는 것을 찾고자 하는 것이 남녀의 관계다. 

영화는 나름 해피엔딩이었지만 실상 이렇게 진행이 될지는 잘은 모르겠다.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삶의 지도란 진리를 찾아 떠나는 지도이고,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삶의 지도는 어리석음을 찾아 떠나는 지도일 수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소소한 강릉과 먹거리와 구구절절한 대사들을 기대한다면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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