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홍성 한국 식기 박물관
공간은 마음을 살리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라는 곳은 생각보다 우리의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의식은 초당 2백여 장의 그림을 연산할 수 있는데 여기에 시간이라는 것이 더해지면 기억력과 함께 3차원의 공간으로 만들어지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집과 같은 물리적인 물체를 만들고 빈 공간을 활용하면서 살아간다.
여느 고택을 가더라도 문에 쓰여 있는 글귀가 있다. 입춘대길과 건양다경이다. 문이 열려 있는 곳에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다.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 (掃地黃金出 開門百福來)라는 문구도 있는데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라는 의미다.
고택으로 들어가 본다.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열린 공간으로 정원을 돌아볼 수 있다. 고려 말에 관리가 거주하였던 가옥으로 20세기 중엽까지는 소나무 숲이었으며 담장 뒤편으로는 6동의 가옥이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
밥그릇 혹은 반기라고 부르는 그릇은 겨울에는 대개 백통(白銅)이나 놋쇠로 된 것을 사용하고, 여름에는 사기로 된 것을 사용하였다. 가끔씩은 꽃잎이 얹어진 밥을 먹어보곤 하는데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보는 맛으로 먹는다고 할까. 그래서 꽃을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난다.
흰 눈이 소복이 쌓였을 때 찾아와 보고 여름에 다시 와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정원이 잘 관리가 되어 있어서 여름의 변화를 보면서 걷기에 좋은 곳이다. 요즘에는 비가 많이 내리는데 열기를 가득 품은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지면 그 후에 세상이 떠나갈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질 때 대청마루에 앉아서 처마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곳이 한국 식기 박물관으로 개관된 것은 2010년으로 한식당, 솟을대문, 조리장, 문화 상품점, 고택 체험장, 저장시설, 표고버섯 체험장, 고추 체험장, 산채 체험장, 물놀이 체험장, 매실 체험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 날만 덥지 않다면 새로운 것을 생각하기에 좋은 곳이다.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서로 다른 것이 만날 때 융합하면서 이루어진다. 새로운 것들은 항상 충돌과 모순을 동시에 만드는데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역시 모순되는 서로 다른 것들을 하나로 화합시키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바람도 불지 않고 내리던 비도 그쳐서 그런지 조용하기만 하다. 거주하시는 분이 어디를 가셨는지 몰라도 조용하기만 하다. 식사라도 할라치면 그릇 소리가 들릴 텐데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주홍색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사랑의 꽃 능소화가 이곳에서 피어 있었다. 왜 꽃에는 모두 이야기가 있을까. 이야기를 품고 피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매년 부드러운 향기를 풍기는 것만 같다. 숨은 듯 고요한 고택에서 단아한 대문으로 들어가서 돌아보고 나니 능소화가 피어 있다. 공연히 운수가 좋아질 것 같은 긍정 어린 말 길상이 그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