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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4. 2022

마음이 익는 시간

청양 칠갑산 입구에 자리한 고추, 복숭아, 연꽃

제각기 생긴 것이 다른 돌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돌담길, 많은 차가 지나가지 않는 도로의 끝자락, 문득 내려다보았는데 피어 있는 연꽃, 벌겋게 익어가는 고추, 핑크빛으로 발그레 익어가는 복숭아 등은 모두 하나의 이미지로 보일 때가 있다. 청양군 대치면 대치리에는 한티라는 지명을 가진 마을이 있다. 칠갑산을 산행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보리밥과 토속음식을 먹기 위해 찾아가는 곳이기도 하다. 여름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이때에는 마음도 익어가는 듯하다. 

마을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는 이곳에는 칠갑산 자락에 위치한 대치리 마을 입구에는 돌장승 외에도 목장승이 여럿 세워져 있다. 주민들은 약 삼백 년 전부터 매년 음력 정월 보름이면 함께 모여 장승제를 지내왔으며 주민들에게 마을의 장승은 없어서는 안 될 마을의 상징이자 수호신으로 자리 잡았다. 

한티마을의 곳곳에는 제단 같은 것도 있고 비도 세워져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꼬불꼬불 완만한 길은 담소를 나누며 걷기에 좋은데 공기가 좋아서 기분도 상쾌해진다. 대치면 대치리 한티마을에는 정류장이 있는데 큰 고목이 있는데 느티나무인데 수령이 600년이 넘었다.  무들이 우거진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상쾌한 나무 향기에 둘러싸여 일상의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 아래에는 고추밭이 있고 그 사이로 드문드문 복숭아나무가 있다. 그 앞으로 연이 가득 차 있는 연지가 보인다. 충남의 알프스라고 불릴 정도로 푸른 산세와 경관이 일품이라는 칠갑산의 사이에는 계곡들이 즐비하다. 계곡물이 흘러내려오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온다. 

한눈에 봐도 태양의 빛을 가득 머금은 고추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윤기가 나는 것이 요리를 할 때 넣으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음식을 만들어줄 것만 같다. 가장 고추의 달고 매운맛이 잘 살아 있는 상태의 열매인 홍고추는 물김치를 담글 때 다져서 넣거나 전을 부칠 때 향과 모양을 내기 위해 고명처럼 썰어 올리면 얼큰하고 달큼한 맛을 내준다. 

맛있는 복숭아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요즘에는 국도변의 어디를 가더라도 지역마다 수확한 복숭아가 발길을 끈다. 겉은 천도지만 속은 백도 맛이 나는 신비 복숭아, 백도 중에 당도가 강하다는 코이미라이 등도 요즘에 인기가 있다고 한다. 많이 재배하지 않아서 희소성이 큰 품종을 먹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제 연지가 있는 사잇길을 걸어본다. 연지로 유명한 충남의 여행지도 많지만 가끔씩 가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에도 이렇게 연지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잎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큰 잎이지만 물이 떨어지면 많이 품고 있지 않는다. 적당하게 물이 차면 흘려보내고 다시 물을 받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사는 방법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수려한 칠갑산 산세가 펼쳐진 이곳에서 연잎과 산의 초목들은 모두 짙은 녹색이다. 이렇게 한 가지 색으로 채워지기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무언이든지 간에 시간이 지나면 익게 된다. 익을 시간도 없이 물렁해져서 맛없어진 과일보다는 한 여름에 잘 익은 과일이 달달하고 싱그러운 느낌을 전달해주는 것처럼 잘 익은 마음이 부드럽고 따뜻함이 품었다면 마음 챙김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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