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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4. 2022

여름 보리밥

보릿고개를 넘어온 보리가 반가웠던 날

지극히 평범한 목요일은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있는 것처럼 상상해볼 수 있다. 가장 유럽적인 도시 베네치아에서 가장 한국적인 음식을 먹으면 어떤 느낌일까. 올해의 여름이 몇 번째인지는 기억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여름이라는 계절을 만난 것은 사실이다. 매년 여름이 똑같지는 않았는데 덥다는 것은 매년 똑같았다. 


다 같은 보리밥처럼 보이지만 계절마다 지역마다 다른 것이 보리밥이다. 먹는 방식이 비슷할 뿐이다. 여름에 먹는 보리밥은 더위를 잊게 만들기도 하지만 푸짐하게 넣어서 쓱쓱 비벼먹는 방식은 똑같다. 서로 달라붙어서 섞이지 않는 쌀밥과 달리 보리는 미끌미끌해서 금방 빨갛게 간이 스며 먹기 좋은 것이 보리밥의 매력이다. 때론 그렇게 대충 혹은 진지하게 보리밥을 대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음식에도 솔직한 음식이 있고 솔직하지 않은 음식도 있다. 재료의 본질이 살아 있는 음식은 솔직한 음식이다. 여름 보리밥은 솔직하게 맛을 보여준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원래 솔직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계절이 아닌가. 아무리 보여주고 싶지 않아도 이 더위는 참기가 어렵다. 헐벗고 싶지 않아도 헐벗어야 하는 계절이 여름이다.  그러니 여름에는 그에 걸맞은 보리밥이 좋지 않겠는가.  

어떻게 먹을지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반찬들을 모두 넣고 쓱쓱 비벼서 먹으면 그만이다. 비벼먹기에도 좋은 주걱도 있지 않은가. 이 음식점은 보리밥에는 6~7여 가지 반찬이 나온다. 기본찬으로는 상추, 콩나물, 감자, 고추, 호박, 열무김치, 된장찌개 등이 있다. 여기에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어서 골고루 비벼먹으면 된다. 

올해의 말복은 광복절에 있다. 말복이 지나면 여름이 모두 지났다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먹어왔던 보리로 만든 보리밥은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찾는 부담 없는 음식이다. 보리밥을 먹었으니 고개를 넘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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