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밝힌 충청남도 기념물 제190호
모든 것이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하나를 보고도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디테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계룡시의 대표적인 고택이라면 사계 김장생이 머물렀던 은농재가 있는 사계고택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나의 집이지만 집을 살펴보면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 관상에서도 등장했던 김종서 장군은 세종대왕 때 북방의 여진족을 무찔러 6진을 개척한 함길도 병마절제사이기도 하였다. 그의 7대 손녀가 염선재인데 염선재는 사계 김장생 선생의 정부인이었다.
옛날의 삶을 생각하면서 은농재를 조립해본다.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는 것은 항상 새로워서 재미가 있다. 설명서가 있어서 그냥 순서대로 조립을 하면 은농재가 만들어진다.
사계고택과 같은 고건축은 불을 밝힐 수 있어야 그 진가가 드러난다. 모든 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적막 속에서 불이 켜진 고택은 고즈넉하며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늘·땅·사람 모두 이로운 우주의 섭리와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삶이 담겨 있는 것이 고택이다. 세월은 가도 집은 남게 된다. 짧게는 백 년, 길게는 수 백 년의 시간 동안 버티며 남는다. 뜻과 생각이 깊은 그윽함이 있는 집은 오랜 시간의 흔적을 품는다.
고택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새로운 집을 찾으려고 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올해의 사계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가운데 여름을 지나가고 있다. 여름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조용하게 앉아서 시대를 품고 삶을 읊듯이 달라진 세상에서도 우리 옛 것의 소중함을 지키는 후손이 역사에 또 하루를 보태며 느린 행복으로 살고 있는 그들을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