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 담긴 건축학 개론

삶 그 이상의 가치

한옥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한옥하면 생각나는 것을 다섯단어로 표현한다면 황토, 나무, 온돌, 전통, 자연을 꼽을 수 있다. 한옥은 집을 짓는 재료에 따라 양반들이 거주하던 기와집, 민초들이 거주하던 초가집과 나무와 나무껍질등을 사용하여 만든 너와집, 굴피집, 귀틀집등이 있다.


당시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궁궐은 선택받은 사람들의 생활공간이었다면 한옥은 대다수의 백성들이 거주하며 웃고 즐기고 또 눈물을 흘리기도 했던 삶의 현장이었다. 옛 사람들의 삶의 일상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한옥의 아름다운과 의미를 살피고 그 속에 담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봐야 한다.


MG0A2293_resize.JPG 대구 묘골마을 한옥

현대에 들어와서 대규모 개발을 통해 지형을 바꾸고 집을 짓지만 한민족은 예로부터 자연과 지형에 순응하는 집을 짓고 살았다. 특히 한옥의 기둥 밑둥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건축 기술인 그랭이 공법이 사용되어 지진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MG0A2303_resize.JPG 대구 묘골마을 한옥의 대청마루

자연에 순응하는 한옥


자연을 수용하는 형태로 만든 한옥은 사방이 열린 구조이다. 한옥의 구성은 크게 8가지로 볼 수 있는데 지붕을 덮는 기와와 기둥 바깥쪽으로 나오는 처마,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기둥과 기둥사이의 무게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대들보, 창호, 마루, 벽, 주춧돌로 이루어져 있다.

MG0A2340_resize.JPG 대구 묘골마을 한옥공간의 개방감

한옥은 지붕의 하중을 지탱하는 것은 기둥이며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것은 대들보인데 모든 하중을 기둥을 통해 주춧돌로 내려오기 때문에 벽은 가변형으로 구성할 수 있었다. 즉 벽이 현재 건물의 내력벽처럼 없어서는 안될 것이 아니라 없어서 상관이 없어서 개방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 여름에 사방으로 바람길을 만들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방의 구조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10여년 전부터 방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아파트 평면의 지혜가 이미 선조들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MG0A2464_resize.JPG 대구 인흥마을 사람을 가르치던 공간

한옥을 유심히 살펴보면 기둥과 기둥과의 간격이 비례를 가지고 있으나 꼭 그 간격을 유지하지는 않았다. 방의 배치도 중앙을 중심으로 균등하게 배치하지 않았으며 기둥과 대들보, 문은 직선적이나 서양의 건축물과 달리 지붕에서는 곡선이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과학적인 것을 중시하기도 했지만 자연속에서 만들 수 있는 아름다움을 한옥에 있었다.

MG0A2981_resize.JPG 대구 묘골마을 한옥의 안채

한강을 바라보는 경관의 가치가 적지 않은 가격의 차이를 만든다고 한다. 한옥은 창과 문의 액자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다양한 풍광은 사계절을 넘어 24절기마다 변화하는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MG0A2992_resize.JPG 대구 웇골마을 한옥

역사와 삶을 담긴 아름다운 집, 한옥


서울의 북촌이나 전주의 한옥마을처럼 도심속에 한옥을 만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한옥이나 고택은 외진곳에 있어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옛날 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집은 한 나라의 민족, 사회와 시대의 가치관이 담겨져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치관이 담겨 있으며 생활상이 고스란히 반영이 되어 있다. 일본에 의해 갑작스럽게 변화를 겪으면서 옛날의 생활상과 잠시 단절이 되긴 했으나 한민족은 과거에서 끊어진 것이 아니라 연결이 되어 있으며 주거 문화를 말할 때 한옥을 빼놓고 말할 수가 없는 이유다.

MG0A2996_resize.JPG 대구 옻골마을의 보본당

지붕의 끈은 조선시대 건축물의 마지막 디테일을 상징한다. 목조건물의 지붕은 우진각 지붕과 팔작지붕이 기본으로 쓰였는데 맞배지붕에서 사방에 추녀가 길게 내려오는 우진각 지붕보다 세 모서리에서 추녀가 하늘로 치솟듯 위로 솟구치는 팔작지붕이 주로 사용되었다. 우진각 지붕의 경우 궁궐 정문 같은 곳에서 주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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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한옥을 소개하는 서적들을 보면 그 집에 살던 양반 가문이나 연대, 풍수지리등에 한정되어 있다. 물론 한옥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인 정보로 의미가 있지만 한옥을 그 자체로 감상하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옥을 공부하고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을 외워서 시험보려고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살고 있는 생활방식과 비교하여 한옥이 가진 장점과 그 변화를 통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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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 가면 윤남석 가옥이 있는데 특이하게 단층이 아닌 2층로 만들어진 건물의 창살은 조선 시대의 건물 창문처럼 세살창이 쓰였다. 수직 창살에 가로 방향의 살이 위아래와 가운데 교차하는 세살창은 특징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윤남석 가옥도 일본의 주거 스타일이 스며들어 있다. 창문은 보통 문합이라고 하여 여러 짝으로 이루어진다.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들은 과거의 아픈 흔적을 인위적으로 지우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역사의 일부분으로 품어야 잊히지 않는 우리네 역사가 된다.

MG0A9338_resize.JPG 청양 윤남석 가옥

한옥에서 누리는 작지만 큰 즐거움


한옥을 조선시대 형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의 가옥인 한옥의 뿌리는 삼국시대까지 올라간다. 고려 후기에 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정형화된 형식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한옥은 양반 가옥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민가라고 부르는 중하층민들의 주거에도 한옥의 지혜가 일부분 들어가 있고 초가삼간에도 공통적인 한옥의 공간 배치를 만날 수 있다.

IMG_5744_resize.JPG 서울 북촌 한옥마을 거리

외국인들이 한국에 관광차 방문하면 명동거리보다 북촌 한옥마을같이 한국만의 색깔이 있는 곳에서 더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에 와야 만나고 즐기고 관찰할 수 있는 여행지가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현대식 건물과 쇼핑몰은 자본만 있으면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만들어낼 수 있지만 오랜 역사를 품은 한옥은 짦게는 백년에서 길게는 천년이 넘는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 오로지 절대적인 시간이 지나야 만들어진다.


수백년 이상의 생활상이 담긴 우리 한옥을 하루아침에 모두를 알 수는 없지만 한 걸음씩 다가가다 보면 진짜 한옥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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