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섭의 콘서트 이야기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아저씨보다 오빠라는 호칭이 붙는 직업군이 있다.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직접 대면하는 일에 종사하는 가수들은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오빠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에서 신중년에 접어들었으면서 오빠라는 소리를 듣는 가수 중에 대표적인 가수를 세명을 꼽으라면 이승철, 이문세, 변진섭이 아닐까? 이 세명의 공통점이 있다면 80~90년대에 최고 전성기를 누렸으며 수많은 히트곡을 생산해 냈다는 것이다.
숙녀에게 와 로라로 많은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애칭까지 바꾸게 만들면서 발라드의 왕자로 자리매김했던 변진섭을 이천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4일 7시 30분에 이천아트홀과 기획공연으로 열린 콘서트 소풍에서 달달한 음색을 가진 영원히 젊은 오빠 변진섭이 팬들을 위한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다.
예로부터 이천은 예술가의 정신이 이어지는 도자기의 고장이면서 문화예술이 있었던 고장이다. 그런 예술정신을 이어가고 이천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다양한 공연을 위한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09년 이천시청 바로 옆에 개관하였다. 24일 콘서트를 한 변진섭을 비롯하여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 조지 윈스턴, 조수미 등의 클래식한 음악뿐만이 아니라 신승훈, 김건모, 이문세, 싸이 등 대중적인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진 공간이 이천아트홀이다.
87년 MBC 신인가요제에 혜성처럼 등장한 변진섭은 1988년 1집 앨범 '홀로 된다는 것'으로 수많은 중고생 팬덤을 만들어냈다. 당시 길거리 차트로 유명한 녹음테이프가 가장 많이 유통될 때에도 변진섭 앨범 테이프의 판매는 고공행진을 지속했었다. 숙녀에게, 로라, 희망사항, 새들처럼 등은 모임이 있는 자리에서는 필수곡처럼 불려졌었고 노래에서 표현된 여자를 만나는 것이 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했었다.
이날 소풍이라는 콘서트에서 보여준 변진섭의 열정은 20대 못지않은 것을 넘어 10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까지 일으키게 만들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변진섭과 인터뷰가 이어졌다. 직접 만난 변진섭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방부제 피부를 보여주는 듯했다.
Q 콘서트 정말 잘 봤습니다. 공연장에서도 말하셨는데 데뷔 29년 차가 믿기지 않네요. 어떻게 그렇게 나이가 드시지 않으시는 거예요?
A 설마요. 저도 나이를 먹는 것을 느끼는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팬들과 호흡하다 보니까 나이 먹는 것도 잊고 사는 것 같네요.
Q 콘서트 제목이 소풍인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흠... 소풍 좋지 않아요? 무언가 설렘이 있고 가볍게 나가서 즐겁게 즐기는 기분 그런 거 있잖아요. 학창 시절에는 그렇게 소풍이 설레더니 어른이 되어서는 소풍의 즐거움이 없어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소풍으로 해봤어요.
Q 콘셉트 너무 좋은데요. 그럼 다시 한번 질문할게요. 소풍은 무엇이다라고 정의 내린다면?
A 갑작스러운데요. 하하 소풍은 인생이 아닐까요. 항상 그렇잖아요. 오늘 새로울 것 같고 내일도 새로운 일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사는 것이 인생 아닌가요. 기대한 것처럼 새로운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죠. 그렇지만 너무 큰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소풍처럼 인생도 소풍 같지 살아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Q 조금 민감한 질문인데요. 최근에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강수지 씨도 그렇고 일부 프로그램에서 김승진 씨나 이범학 씨도 모두 같은 가수 출신인데 변진섭 씨가 가수로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요즘 아이돌이 대세라고 하잖아요. 그래도 노래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은 항상 있거든요. 트렌드 생각하고 휩쓸려가면 가수 생활하기 힘들어요. 너무 많은 욕심부리지 않고 팬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요즘에 소통이라는 것이 이슈처럼 등장했잖아요. 개인적으로는 TV 방송보다 무대에서 직접 팬들과 만나는 것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팬들도 더 좋아하시는 것 같고요.
Q 요즘 바쁘시죠? 최근에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최근에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듀엣가요제'에서 피에스타 린지와 함께 공연한 것이랑 일반인과 함께하는 '판타스틱 듀오'가 있는 것 같아요.
Q 역시 TV보다는 콘서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이유가 있나요?
A TV는 관객 혹은 팬들과 호흡하기 위해 하는 방송매체라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직접 만나지는 못하잖아요. 저는 데뷔 때부터 관객들과 만나는 게 너무 좋았고요. 29년 차인 지금도 역시 그래요. 아까 보셨잖아요. 제가 어떤 행동을 하면 반응을 해주시는 것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요.
Q 희망사항에서 원래 노영심 씨했던 파트를 했던 이루 미씨가 누구죠? 새롭던데요.
A 아~ 제가 지금 소속되어 있는 소속사의 걸그룹 퀸비즈인데요. 그중에 막내인 이루미가 했어요.
퀸비즈는 2013년 싱글 앨범 Bad로 데뷔한 걸그룹으로 메아리, 구슬이, 주하, 노 라반, 이루미 5명으로 이루어졌다. 변진섭의 콘서트에 함께하면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상태이다.
24일 이천아트홀에서 열린 소풍 콘서트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는데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 않은 MOVE라는 혼성그룹이다. 좌측에서 두 번째 메인 싱어를 비롯하여 각기 자신의 댄스 분야에서 뚜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모여 그룹을 결정했다고 한다. 댄서 출신의 성공적인 그룹으로는 미국 여성 걸그룹의 푸시켓 돌스가 대표적이다. 메인 싱어는 푸시켓 돌스의 니콜 셰르징거를 잘 벤치마킹하고 우측 두 번째 여성 멤버는 콘셉트가 살짝 겹치는 캣 드루나를 벤치마킹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진 콘서트를 보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도 드물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변진섭답지 않게 뮤지컬 같은 느낌을 부여했는데 관객들이 흥에 겨워 모두 함께 호흡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무대는 끝났지만 아직 자리에서 뜨지 못한 사람들과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공연장은 느리게 비워져 갔다.
Q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제 가수가 아닌 인생의 선배로서 말해줄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람들에게 말해줄 만한 게 있을까요.
A 아직 제가 그런 걸 말해줄 나이가 될까요. 아무튼 인생은 어렵게 생각하면 상당히 어렵고 쉽다면 쉬운 것 같아요.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즐거운 것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즐거운 것을 찾는 다면 인생의 90%는 이미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성공이 아닌 잘 사는 거요. 사람들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Q 올해 한 3달쯤 남았는데 다른 계획 있으세요?
A 확실히 정해진 것은 콘서트 두 개가 남아 있고요. 다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의외의 것이 발생하니까 있겠죠.
Q 29년 차이면 무대에서 긴장 같은 것이 있을까요. 너무 편하지 않으세요?
A 떨림 같은 긴장감은 없겠지만 설렘 같은 긴장감은 있어요. 오늘의 관객들과 어떤 호흡을 하고 어떤 반응을 할 것이며 내가 어떻게 같이 즐겁게 노래할까라는 그런 고민 혹은 긴장감이 있거든요. 그리고 가수는 긴장감이 없으면 관객들도 알아요. 재미없어해요. 제가 긴장해야 팬들도 즐겁고 같이 호흡해요. 그래서 긴장돼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 29년 차이고 내년에는 30년 차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하신다는데 더 하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A 남자로서 하고 싶은 것이 100개라면 전 그중에서 하나는 확실하게 해본 것 같아요. 그리고 가수로서가 아니라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별로 없고요. 팬들과 호흡하는 것이 너무 즐겁거든요. 내년이 데뷔 30년 차 공연이라면 그 후의 30년 공연도 백발이라도 할 거예요. 그 나이 때에 맞는 색깔이 있지 않겠어요.
Q 30년 후면 2047년인데 대단하시네요. 그때만큼은 꼭 다시 인터뷰해야 되겠네요. 혹시 로봇이 대신하는 거 아닌가요?
A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런 세상은 빠르게 오지 않을 거 같아요. 그렇잖아요. 어릴 때 2000년이 되면 모두 달나라 여행을 갈 것 같았는데 그렇지도 않잖아요. 그럴 거 같아요. 예술은 감성을 자극하는 아날로그가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원래 공연시각이 2시간이었지만 30분 연장된 하반기 이천아트홀의 변진섭의 소풍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고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소풍을 갔던 기억을 안고 공연장을 나섰다. 두 시간 반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치 1988년으로 돌아간 듯한 감성여행 덕분에 즐거운 하루로 기억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