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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된 감정

한가위에 앞서 찾아가 본 서산의 개심사

사찰에 가보면 다양한 생각과 감정에 대해 느낄 때가 있다. 사람은 시간이 가는 방향으로 살아간다. 멀리 있을 것 같은 시간도 금방 코앞으로 다가오고 방금 지나간 것 같은 시간도 어느새 저 멀리에 가 있다. 세상의 일은 질서로부터 얻어지기 때문에 엔트로피의 양은 그 계의 무질서나 무작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의 삶도 엔트로피처럼 시간이 가면서 다양한 감정이 비가역적으로 엔트로피처럼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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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불교의 기반을 만든 싯다르타는 집착의 메커니즘을 말했었다. 몸, 감각, 지각, 성향, 의식을 나의 자아가 가진 것이라고 집착한다고 보았다. 현재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오은이 아니라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의 오은에 집착하기에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과거의 오은 상태에서 파생되어 나온 자아에 대한 현재의 집착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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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올 가을에 단풍이 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서산의 개심사다. 현재 이곳은 개심사 종각 이전 개축 및 석축 보수사업이 진행 중에 있으며 올해 10월 30일까지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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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4년(의자왕 14) 혜감(慧鑑)이 창건하여 개원사(開元寺)라 하였으며 1350년(충숙왕 2)처능(處能)이 중창하고 개심사라 불리는 사찰은 국화꽃이 열리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사찰은 크지는 않지만 높고 낮은 경사에 만들어져 있는 건물들의 사이로 시건의 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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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가 비가역적으로 반드시 엔트로피가 증가하게 되어 있다고 1850년 크라우지우스가 제안했던 개념이다. 기후변화 역시 무질서한 엔트로피의 증대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감정 역시 현재에 생기는 감정의 엔트로피에 익숙해지지 않고 과거의 자아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문제가 생긴다. 싯다르타의 정신은 새로움 마주침, 그로부터 야기되는 새로운 자아의 생성을 긍정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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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은 작년에도 국화꽃으로 알렸고 올해도 국화꽃으로 알릴 예정이다. 개심사는 올해도 국화꽃으로 가득 채울지 기대해본다. 영화 국화꽃향기에서 나무는 한번 자리를 정하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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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의 뒤편에 오니 여름의 꽃이기도 한 옥잠화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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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모든 것은 한 점에서 출발해서 폭발적으로 퍼져나가면서 모든 것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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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는 이곳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에 심검당과 무량수전이 있고 정면에 안양루가 있는 형태의 1740년 중수하고 1955년 전면 보수했다.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았으니 다시 걸어서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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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연못도 조용하기만 하다. 불교의 출발점이 된 인도에서는 다양한 사상이 존재해왔다. 그 기반에서 고타마 싯다르타는 답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싯다르타는 고통이란 인간 삶에서 가장 실제적인 핵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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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상왕산(象王山)에 있는 삼국시대 백제의 승려 혜감이 창건한 사찰 개심사의 연못의 위로 이제 막바지 꽃을 피우고 있는 배롱나무가 보인다. 초입의 개울가에 세심(洗心)으로 마음을 씻고 경내에 들어서 개심(開心)으로 마음을 열어 뜨거웠던 날과 뜨거웠던 날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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