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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0. 2022

태안 마애삼존불

삶의 향기 속에 부는 모래바람의 촉감이 있는 공간

사람들은 모든 일이 매끄럽게 되는 것을 원한다. 그림을 그릴 때 한 번의 붓칠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가 없다. 거칠게 그려지고 거칠게 그려진 표면이 마르면 다시 붓칠을 하면서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거칠게 그려지던 그림이 조금씩 부드럽게 변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간다. 삶 역시 처음에는 거칠게 표현되며 거친 모래알 같은 것들이 앉는다. 그 모래알 역시 삶의 일부분이다. 다시 그 위에 다시 한번 그리고 다시 시도하다 보면 선이 유려한 삼존불의 모습처럼 만들어진다.

태안에 자리한 마애삼존불입상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찾아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매일매일이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본다.  

국보가 있는 사찰치고는 규모가 크지 않다. 대신 경내의 뒤에 자리한 마애삼존불의 자애로움이 이곳에 있는 것만 같다. ‘태안 마애삼존불’은 백제시대의 가장 오래된 마애불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삼존불 형태를 지니고 있다. 땅속에 묻혀있었던 백제시대의 연화대좌가 드러나면서 2004년 보물에서 국보 제307호로 승격되었다.

이곳에  있는 우물은 떠서 먹도록 되어 있다. 걸쳐 있는 두레박으로 떠서 한 모금을 마셔본다.  태안 하면 생각나는 것은 모래다. 인생의 표면은 거칠은 질감으로 스크래치 나있지만 그것 조자도 자신의 한 모습이다.  

계단으로 올라가면 작은 공간에 글과 함께 물이 흘러내려오는데 물소리가 제법 운율이 있다.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는 청명(淸明)하며 걸음마다 감각이 살아나는 듯하다.  

깊은 계곡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글귀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태안 마애삼존불 입상은 백화산 기슭 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마애불은 천연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말하며, 삼존불은 세 구의 불상을 의미한다. 

삼국시대(三國時代) 백제(百濟)의 대표 불상으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오래된 태안의 마애삼존불은 중국의 석굴 외벽에 새겨진 불상들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 중국 석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마애불로 높은 학술적가치(學術的價値)를 지닌다.

전각안에  잘 보존되어 있는 태안마애삼존불을 만나볼 시간이다. 태을암은 충청남도(忠淸南道예산에 있는 수덕사(修德寺)의 말사로 작은 사찰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일반적인 삼존불은 한 구의 불상과 2구의 보살상으로 이뤄진 반면 태안마애삼존불은 중앙에 보살 입상과 좌우 양쪽에 여래 입상이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일명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불상이다.  

향상한다는 것은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에 있다. 무언가에서 불이 밝혀지면 차별 없이 구석구석이 밝아지듯이 열린다.  

마애삼존불을 보고 다시 걸어서 내려간다. 물의 속도와 같이 걸어가듯이 걸으면서 내려간다. 아까 이곳에 오면서 만난 꽃을 보려고 가본다. 그렇다면 마중물이 아니라 마중꽃인가. 

삶의 향기 속에 부는 모래바람의 촉감이 있다는 것은 부드럽게 피어나는 꽃조차도 거칠은 땅속에서 피어난다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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