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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마애삼존불

삶의 향기 속에 부는 모래바람의 촉감이 있는 공간

사람들은 모든 일이 매끄럽게 되는 것을 원한다. 그림을 그릴 때 한 번의 붓칠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가 없다. 거칠게 그려지고 거칠게 그려진 표면이 마르면 다시 붓칠을 하면서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거칠게 그려지던 그림이 조금씩 부드럽게 변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간다. 삶 역시 처음에는 거칠게 표현되며 거친 모래알 같은 것들이 앉는다. 그 모래알 역시 삶의 일부분이다. 다시 그 위에 다시 한번 그리고 다시 시도하다 보면 선이 유려한 삼존불의 모습처럼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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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에 자리한 마애삼존불입상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찾아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매일매일이 새로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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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가 있는 사찰치고는 규모가 크지 않다. 대신 경내의 뒤에 자리한 마애삼존불의 자애로움이 이곳에 있는 것만 같다. ‘태안 마애삼존불’은 백제시대의 가장 오래된 마애불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삼존불 형태를 지니고 있다. 땅속에 묻혀있었던 백제시대의 연화대좌가 드러나면서 2004년 보물에서 국보 제307호로 승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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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우물은 떠서 먹도록 되어 있다. 걸쳐 있는 두레박으로 떠서 한 모금을 마셔본다. 태안 하면 생각나는 것은 모래다. 인생의 표면은 거칠은 질감으로 스크래치 나있지만 그것 조자도 자신의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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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올라가면 작은 공간에 글과 함께 물이 흘러내려오는데 물소리가 제법 운율이 있다.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는 청명(淸明)하며 걸음마다 감각이 살아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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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계곡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글귀들이 바위에 새겨져 있다. 태안 마애삼존불 입상은 백화산 기슭 바위에 새겨져 있는데 마애불은 천연 바위에 새겨진 불상을 말하며, 삼존불은 세 구의 불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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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三國時代) 백제(百濟)의 대표 불상으로 발견된 마애불 중 가장 오래된 태안의 마애삼존불은 중국의 석굴 외벽에 새겨진 불상들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 중국 석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마애불로 높은 학술적가치(學術的價値)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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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안에 잘 보존되어 있는 태안마애삼존불을 만나볼 시간이다. 태을암은 충청남도(忠淸南道) 예산에 있는 수덕사(修德寺)의 말사로 작은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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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남아 있는 일반적인 삼존불은 한 구의 불상과 2구의 보살상으로 이뤄진 반면 태안마애삼존불은 중앙에 보살 입상과 좌우 양쪽에 여래 입상이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일명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는 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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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상한다는 것은 자신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에 있다. 무언가에서 불이 밝혀지면 차별 없이 구석구석이 밝아지듯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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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삼존불을 보고 다시 걸어서 내려간다. 물의 속도와 같이 걸어가듯이 걸으면서 내려간다. 아까 이곳에 오면서 만난 꽃을 보려고 가본다. 그렇다면 마중물이 아니라 마중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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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속에 부는 모래바람의 촉감이 있다는 것은 부드럽게 피어나는 꽃조차도 거칠은 땅속에서 피어난다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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