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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냉국

시원하고 아삭한 감칠맛 도는 음식

계절에 상관없이 냉국을 좋아하는 편이다. 속이 뜨거워서 그런지 몰라도 시원한 그런 맛을 좋아한다. 간단하게라도 음식을 하다 보면 항상 어떤 식재료는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냉장고 속에 들어가 있는 식재료가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이대로 두었다가 버릴 거야?라고 묻는 것 같다. 콩나물 가격이 얼마 하겠냐만은 배고플 때 콩나물 냉국만 한 것이 없기에 가볍게 냉국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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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냉국도 좋지만 살짝 콩나물국 같은 느낌이 나는 냉국을 만들기 위해 고춧가루를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넣은 것이 아쉽기는 하다. 냉국은 살짝 맑은 것이 매력인데 말이다. 농산물 중 가장 가성비가 좋은 지료 중에 콩나물만 한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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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육수를 내주기 위해 멸치와 뿌리 다시마를 넣고 끓여주기 시작한다. 뿌리 다시마는 일반 다시마에 비해 진한 맛이 좋다. 여기에 표고버섯 가루를 조금 넣어주었다. 뿌리 다시마는 다시마의 뿌리를 말하는 것으로 뿌리 부분에 농축된 후코이단과 같은 성분으로 더욱 몸에 좋은 효능이 많이 있는 부분이다. 뿌리 다시마는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혈당을 억제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변비 개선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콩나물 줄기는 아삭한데 비해 머리 부분은 단단하여 오독한 전혀 다른 식감을 지녔기 때문에 보통 콩나물 머리에 영양소가 많다는 이유로 머리까지 다 먹는다. 심플하게 맛을 낸 콩나물냉국은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깔끔하면서 개운한 맛 때문에 인기가 좋으며, 따뜻하게 해 먹는 것이 기본이지만 냉국으로 만들어 시원함을 극대화하기도 하고, 김치 등을 넣어 만들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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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수가 끓여지면 멸치와 뿌리 다시마를 건져내고 만든 양념(다진 마늘, 썬 대파, 죽염 등)과 고춧가루를 넣어주었다. 죽염을 듬뿍 넣어주었더니 슴슴한 맛이 사라졌다. 역시 사람들은 자극적인 맛에 빨리 반응하는 편이다. 935년 고려 태조가 나라를 세울 때 태광태사 배현경이 식량 부족으로 인하여 굶주림에 허덕이던 군사들에게 콩을 냇물에 담가 콩나물을 불려 먹게 하였다고 하니 그 역사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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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끓여서 먹기 위해 시원하게 먹기 위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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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플 때면 이렇게 한 그릇씩 그냥 먹어도 좋고 밥과 같이 먹어도 적당하게 간이 배어 있다. 인생을 즐겁게 만드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다. 그걸 포기하고 다른 것에서 행복감을 찾으려면 기회가 줄어든다. 안 먹고살 수 있는 재주가 있다면 뭐 그래도 상관이 없지만 시원한 국물을 한수저 마시면서 살짝 매콤함과 함께 뒤이어 씹히는 콩나물의 아삭함이 가을에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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