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Oct 27. 2022

닥터 레고랜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최근에 레고랜드로 인해 퍼지는 파장을 보니 갑자기 레고 : 클러치 파워의 모험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우리는 사실처럼 보고 사실처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인지하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다. 항상 우리는 착각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며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우리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아주 작은 입자로 이루어진 것이다. 점이 너무나 작아서 우리는 그냥 뭉뚱거려서 무언가를 인지할 뿐이다. 


강원도의 춘천이라는 지역은 전에도 가봤지만 사람들을 유입할만한 놀이시설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전 강원도지사는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현실감이 있을 것 같은 레고랜드를 유치하기로 결정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레고랜드를 많은 사람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레고랜드를 유치하려는 프리미엄의 가치가 더해져서 강원도가 좀 무리를 했다. 그리고 지급보증까지 해주며 건설을 시작한 레고랜드를 마무리하였다. 

문제는 이번에 선거에서 승리한 강원도지사가 크게 잘못 판단한 것이다.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후 주목을 받으며 대선주자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사례가 아른거렸다. 이전 도지사가 잘못했다는 것을 부각하면서 자신의 명성도 높이고 나름 균형재정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레고랜드 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을 최고의 한 수로 생각한 것이다. 갚아야 할 2000여 억 원을 빚잔치로 확 줄이고 이 정부의 축소 재정과 맞물려 나름의 같은 노선을 보여주는 것을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은 전에 몸담았던 곳이 법의 칼날을 휘두르던 곳이 아니었던가. 칼을 휘두르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경제적인 상황이 상당히 안 좋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PF는 각 개발 사안의 미래 가치에 근거해서 돈을 차액 하는 것이며 대부분의 회사들 역시 단기채 혹은 어음을 계속 돌린다. 이미 시장에서는 빌려주는 돈에 대한 불신의 유증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였다. 여기에 강원도지사는 칼을 들었다고 생각하고 방을 열었는데 손에는 횃불이 들려 있는 것을 차마 보지 못했다. 그 횃불은 경제 역기류(Back Draft)를 만나 확 번지며 불이 사회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2,000여 억 원의 문제가 50조라는 카드를 나오게 했지만 시장은 이미 서로를 신뢰하지 않기 시작했다. 국채를 제외하고 가장 안전하기로 유명한 은행지주들의 채권이 모두 6%대이다. 한국은행이 3개월 동안 완화시켜준다고 했지만 7% 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엑스포 행성 교도시설을 탈출한 은하계에서 가장 사악한 마법사 멀록, 중세 애쉴라 왕국의 황금 검을 노린다. 황금 검을 지키고 우주의 평화를 위해 레고 시티 최정예 대원들이 뭉친다는 내용이 레고 : 클러치 파워의 모험의 스토리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보면 레고랜드의 세상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잘 조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 순간에 무너지는 레고처럼 우리는 불확실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완전무결하게 안전한 것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회의 신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