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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4. 2022

사회의 신뢰

모든 것은 신뢰에서 출발해서 일관성이 필요하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개인, 연인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등에서 중요한 키워드 두 개는 신뢰와 일관성이다. 신뢰와 일관성은 서로가 아무 일 없이 관계가 유지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서 의심이 생겨날 때 신뢰와 일관성은 엄청난 파급력을 발휘한다. 특히 돈문제는 더 그렇다. 구두나 계약서 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의 출처나 용도와 달리 임의로 사용하게 되면 거기서 생기는 신뢰의 균열은 수습이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은 상당히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강원도가 보증을 한 채권조차도 쉽게 신뢰를 깨고 2,050억 원의 지급보증을 외면하면서 채권시장이 전체적으로 휘청거렸다. 정부에서는 50조의 기금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한국의 채권시장 전체에 신뢰가 깨지면 50조 가지고는 상황을 마무리할 수가 없다. 약간의 기업 채권을 직접 가지고 있기도 하고 관련 펀드에 약간이 있어서 채권금리를 자주 살펴보는 편이다. AAA등급과 AA등급은 거의 떼일 염려가 없는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연금리 5%를 넘었다. 하물며 그 아래의 BBB나 BB등급의 채권은 어떻겠는가. 10%가 넘는 채권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중견건설사의 채권은 구매하는 수요도 적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노선이 달랐으며 그 결과를 책임지기 싫다고 하더라도 지자체가 보증채무 이행을 하는 것은 엄연한 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약속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한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이 한다면 누가 기업에 투자를 하고 은행을 믿겠는가. 한 번 깨진 신뢰는 다시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신뢰에 균열을 만든 일관성이 다시 공고한 신뢰를 만들기까지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게임적으로 레고랜드의 가능성을 낮게 보았다. 레고랜드는 마니아가 좋아하는 그런 브랜드 네이밍을 가진 놀이동산이다. 그 정도만으로 지난 투자규모는 너무나 과했다. 정말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그 가격을 주고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아무튼 무리해서 조성했고 결과적으로는 초기에 예측한 대로 사업타당성이 낮은 것이 현재 드러났다. 


어쨌든 레고랜드는 강원도가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게 될 것이지만 문제는 건설회사들의 PF가 문제가 될 듯하다. 대전만 하더라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수많은 재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데 빠르면 2023년 말부터 2024년, 2025년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듯하다. 대형 건설회사조차 생돈 2,000억을 만드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물며 중견 건설회사들은 어떨까. 강원도 사태를 본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현재의 PF를 놔둘까?  뭐~ 현금이 있고 부채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려면 한국은행 차원에서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 지원 방안이 같이 나와주면 모를까. 그렇지만 그 방법은 어렵다. 지금의 한국처럼 환율이 올라가고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진행되고 있을 때 금융완화는 다 같이 죽자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나마 미국에서 가장 우호적으로 대해주는 영국조차 총리의 잘못된 정책 하나에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약점을 드러냈다. 영국에 생긴 불씨는 오랫동안 지펴지길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의 리더가 만드는 수많은 경제문제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가 안정적이고 세계화로 인해 모든 물자와 무역이 풍요로운 시대에서는 신뢰의 균열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신뢰의 균열은 어느 순간 서로가 일관성을 잃어버리고 경제의 윤활유가 다 말라갈 때 치명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롯데건설조차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그룹사에 SOS를 요청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유상증자로 인해 롯데 지주와 롯데케미컬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사회의 신뢰는 지켜질 것이라는 약속에 기반한다. 사람과의 신뢰 역시 그렇다. 처음 말한 것을 자신이 마음대로 판단해서 쉽게 약속을 저버린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회의 신뢰는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일관성이라는 선을 그렸을 때 예측이 가능할 때 지켜진다. 나비효과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이 사회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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