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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7. 2022

당신의 눈으로

그렇게 걸어볼 수 있는 청양의 양화 달천길

삶을 얻으면서 얼마나 많은 곳을 가볼 수 있을까. 길이 하나가 아니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는 다양한 모습이 만들어진다. 어떤 여행길을 가면서 도장을 찍는 것은 보통 스탬프 투어라고 한다. 다른 나라를 가면서 출입국 시 여권에 나라별로 특색 있는 도장을 찍는 것에서 유래한 것이 스탬프 투어라고 하는데 외국에서는  'Passport tour', 'Trail Passport'라고도 부른다. 

비단물결 금강천리길 스탬프 투어 길중에 청양에는 천변을 걷는 길이 여러 곳 있는데 이곳은 양화 달천이라는 천이 흐르는 곳이다. 벚꽃이 필 때 걸으면 더 좋은 곳으로 6.3km 구간이다. 시작점에는 청양의 오래된 고택 윤남석 가옥이 자리하고 있다. 

슈마르조는 공간 개념의 근원을 '깊이 숨겨진 문화적 힘'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고택이나 한옥을 보면 그런 의미를 알 수가 있다. 2002년 8월 10일 충청남도의 민속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윤남석 가옥을 오래간만에 방문해본다.  

가을이 내려앉아 있는 고택에는 마당이 있어서 그런지 여유가 있다. 수직 창살에 가로 방향의 살이 위아래와 가운데 교차하는 세살창은 특징인 윤남석 가옥의 창살은 조선 시대의 건물 창문에 적용을 하였다. 

붉디붉은 단풍이 가을은 이런 색이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마당의 한편에 자리하고 있다. 크라운을 돌려 메인 스프링에 힘을 축적시킨 후 서서히 풀리는 힘으로 작동하는 핸드 와인딩이나 자연스럽게 태엽에 감기면서 동력을 만드는 오토매틱 시계까지 마치 계절의 시간이 풀려가고 있는 듯하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강아지들이 필자를 반긴다. 다양한 털의 색깔을 가진 강아지들에게는 호기심이 많다.  

이곳에는 다양한 시계들이 있는데 고택의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옛날에 사용했던 시계들도 볼 수 있다. 순종이 소유하기도 했었는데 금으로 만든 회중시계의 다이얼의 뒷면에는 이화문이 새겨져 있었던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시계도 이곳을 관리하시는 분이 보유하고 있다. 시계를 좋아했던 사치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프랑스의 마리 앙투아네트는 브레게를 사랑했다. 그녀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만든 시계를 선보일 때마다 구입해 소유했다. 그런 삶을 살았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보다 일찍 단두대에서 마치게 된다. 그녀에게 시계는 어떤 의미였을까. 

양화달천은 금강의 비단물결을 이루는 하나의 흐름이기도 하다. 스탬프북을 수령하고 돌아다니면서 각 장소별로 스탬프를 모두 찍은 뒤, 운영 주체에게 이를 인증한 후 보상을 수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제는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스탬프를 찍는다.  각각의 방식은 다르지만 대체로 GPS 기능을 이용하여 목적지 장소 주변 50미터~200미터에 들어가서 인증을 하고 일정 이상 모으면 기념품을 주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천이라는 이름에서처럼 양화달천의 물의 수량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빛바랜 황금색이 이곳 금강천리길과 함께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태생적 조건과 환경과 맥락을 직시하는 자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듯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온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비단물결 금강천리길은 꾸밈없고 또 탁 트여서 가슴이 확 열어젖혀지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길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지역은 산에서 발원한 금강 물줄기가 수십km 정도 달려왔기 때문에 물줄기가 약해진 것이 아닐까. 

어떤 곳에서는 이렇게 물을 막아두어서 사용하기 위해 저수를 해두었다.  여행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힘이기도 하다. 일상의 장소를 벗어나 생생하고 색다른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과 여행에는 늘 변수가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것은 행로를 바꾸고 때로는 삶의 방향까지 바꾸기도 한다. 

양화달천이 이어지는 곳에는 저수지도 있는데 이 저수지에는 독특하게 나무 한그루가 자신의 모습을 확연하게 물에  비추고 있어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빛이 나지는 않지만 묵직한 느낌의 윤슬도 물에 잔잔하게 흩뿌려지듯이 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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