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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06. 2022

국화꽃 필 무렵

홍주읍성에 피어난 아름다운 가을 국화

세상에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한 사람으로서 필요한 것과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의미가 생기련만 사람들은 비움의 의미를 뒤로하고 무언가를 채우려고만 한다. 세상이 만들어지고 나서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을 하면서 살아갔다. 시대마다 필요한 것이 있었고 필요했지만 쓸모가 없어지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항상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곤 했다. 신이 세상을 만들어 놓고 뭔가 부족한 것 같아 만든 꽃이 있다. 우주를 의미하는 코스모스부터 진달래, 장미 등 수많은 아름다운 꽃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에 차지 않아서 만든 꽃이 국화였다고 한다. 

누군가는 국화꽃 필 무렵에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맛있는 한우 바비큐를 먹기도 하다. 서울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홍성에서 열리는 한우 바비큐 축제는 취소가 되었다. 국화를 보고 있으면 조화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꽃 모양을 볼 때가 있다. 현실적이지 않은 꽃이지만 그만큼 기품이 있는 데다가 고상하며 가장 완성된 아름다움을 가진 것이 국화가 아닐까. 

작은 국화꽃부터 크기가 사람의 얼굴만 할 정도로 큰 국화꽃은 정말 품종이 다양하다. 꽃이 피기에는 추운 날이지만 굽히지 않고 그 절개를 맑디 맑은 향으로 풀어내고 있는 꽃으로 국화만 한 것이 있을까. 

국화는 된서리를 맞고서야 그 색이 더욱더 진해진다고 한다. 사람 역시 그렇지 않을까. 된서리를 맞고 거친 삶을 거치다 보면 사람은 그만큼 고고해지고 진해진 그 사람만의 향을 가지게 된다.  

지인에게도 보냈던 꽃의 사진이다. 꽃의 모습이 영롱하고 그 꽃잎 한 장 한 장마다 국화의 내음이 배어 있다. 동그란 형태의 꽃이 마치 신이 조각한 것처럼 그 자태를 드러낸다.  

秋叢遶舍似陶家(추총요사사도가) 가을 꽃 무더기가 도가를 닮았네

遍遶籬邊日漸斜(편요리변일점사) 울타리를 거닐자니 해가 기우는구나

不是花中偏愛菊(불시화중편애국) 꽃 중에서 국화를 편애하진 않지만

此花開盡更無花(차화개진갱무화) 이 꽃 지고 나면 다시 필 꽃 없음이라


- 당나라 시인 원진(元稹)

꽃은 여성들이 그 아름다움을 먼저 안다. 남성들은 여성들의 그 모습을 뒤따라가며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국화꽃이 필 무렵 아름다운 정취를 만들어낸다. 국화와 단풍이 함께 걸어가기에 좋은 때로 사람들도 돌아다니기에 놓은 계절이다. 

홍주읍성의 곳곳을 걸어서 다녀본다. 영화 속 대사처럼 무엇하기에 딱 좋은 날일지도 모른다. 그 무엇을 선택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지만 말이다.  

시끄러운 세상을 피해 조용히 묻혀 사는 것을 은일이라고 하는데 중국의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은 추국(秋菊)의 낙영(落英)은 가을 국화의 떨어진 꽃잎을 씹어 장수(長壽)를 생각했으며 주유자(朱孺子)는 그 꽃을 달여 먹고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국화주를 사 왔다. 술이 좋아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국화꽃이 필 무렵이 있으니 질 무렵도 있을터 11월은 벌써 이렇게 시간이 후딱 지나가기 시작했다. 다양한 꽃의 모습과 분재가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홍성의 국화축제장이다. 

무언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국화 같은 꽃을 생각하며 그립고 시간이 지나가는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젊음이 마음속에 스며드는 그런 삶을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맑은 향기에 취해 한참을 머물다가 왔지만 지금의 들판은 비어 가고 나무들도 힘겹게 부여잡고 있었던 나뭇잎들을 떨구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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