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찾아온 증평의 삼기 습지생태공원
크리스마스에 캐럴이 울리게 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는 아침에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크리스마스 캐럴이 방송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따뜻하지 않은 스쿠르지가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을 만나며 변해가는 모습이 난방을 잘하지 않아 입김이 나오는 방 안의 이불속에서 보는 자체가 자그마한 행복이기도 했었다. 물질만능주의는 세상을 따뜻하게 담아낼 수가 없다.
어릴 때의 세상은 이불 안에서 펼쳐졌다. 추운 겨울날 이불 안에서 나오는 경우는 밥 먹을 때 외에는 많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불이 하늘로 날라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지금이야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무척이나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다양하게 채색된 곳을 찾아다니는 것을 즐겨한다.
천변에 자리한 이곳은 증평의 삼기 습지 생태공원이다. 나무 수종도 다양해서 다양한 가을색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비옥한 토양 위로 물이 꾸준히 공급되어 풀이 자랄 수 있는 완전한 환경을 만들어내고 식물의 뿌리는 삼각주와 습지의 확장을 촉진시키게 된다.
가운데의 습지를 중심으로 주변에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제 추워지면 내리는 눈이 녹으면서 이 요지는 일시적으로 습지로 변하고 여름에는 말라버리며 더 큰 요지는 못으로 만들어지다가 습지로 조성이 되어간다.
시계가 12시를 지나가고 있다. 마치 소설에서처럼 과거, 현재, 미래의 크리스마스의 유령이 찾아올 것만 같은 시간이다. 과거의 유령은 추웠지만 이불속에서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었던 그 시기를 보여주고 현재의 크리스마스는 지금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가을을 보여주고 미래의 크리스마스는 아직 오지 않았다.
증평을 상징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거북이라는 생각이 든다. 증평의 곳곳에는 이렇게 거북이들이 있어서 지루하지가 않다. 가장 느리지만 가장 확실하게 목적지까지 가는 방법을 아는 동물이 거북이일 것이다.
저 건너편에서 마치 하늘로 치솟는듯하게 구름이 펼쳐져서 나온다. 넘쳐나는 풍경 속에서 삶은 때론 느닷없고 카탈스럽게 느껴지기 가지 한다. 밟을 수 있는 어떤 땅과의 인연과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느끼는 것, 걸어보면 마음이 조화로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 언제나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 든든함이 있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이곳 삼기 습지생태공원은 분위기가 남다르게 독특하다. 가을인데도 불구하고 봄과 같은 느낌이 묻어 나오는 곳이랄까.
찰스 디킨스가 쓴 크리스마스 캐럴은 1843년에 출간된 이래로 크리스마스 전통이라고 생각할 만큼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고 사랑을 받았다. 물에 비추어진 그림 속에 하늘과 몽글몽글한 구름이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