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트레킹 숲 증평 좌구산의 가을 물감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증평이라는 지역은 가을색이 곱게 잘 물든 곳으로 웰니스 관광지이기도 하다. 11월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저 멀리 뛰어가기 시작하는 가을의 뒷모습을 보기 위해 증평에 자리한 좌구산 자연휴양림을 찾았다.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이(龜)가 앉아(坐) 있는 형상을 닮았다는 뜻의 좌구산은 건강한 산이라고 한다.
소설 읽기에 좋은 시간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든 소설(小雪)이라는 절기가 지나가고 있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에 소설보다는 작은 봄과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겨울을 여는 말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있을까. 그래도 아직은 이렇게 채색이 잘 되어 있는 가을길이 좋다.
증평 좌구산 휴양랜드 혹은 자연휴양림은 좌구산 휴양림과 좌구산 천문대, 숲 명상 치유센터 등이 있는데 특히나 출렁다리가 유명한 곳이다.
명상 구름다리의 아래에 와서 위를 쳐다본다. 자연의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깊은 협곡에 놓인 230m 길이의 다리가 위에 놓여 있는 좌구산은 편한 산이다. 계속 오를 수 있는 길이 여러 갈래 있고, 능선에서 왼쪽으로 갈 수도, 오른쪽으로 갈 수도 있다. 산 중턱쯤에 위치하고 있는 좌구정으로 이어지는 비나리길을 따라가면,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다.
이곳은 단풍길이다. 단풍이 대부분 져서 볼 수가 없지만 이 분위기만으로도 괜찮다.
저곳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위까지 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는데 문득 읽어버린 시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살면서 때론 풍요롭다고 생각할 때도 있고 빈곤하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삶의 서두름으로 인해 무언가는 제대로 안되기도 하고 때론 무언가를 태우면서 살았던 같기도 하다.
이제 올라왔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설명을 듣기도 한다. 좌구산 산림생태체험단지에는 현재, 황토방과 숲 속의 집을 갖춘 좌구산 자연휴양림, 율리 휴양촌, 별무리하우스 등 1박 이상 포레스트 스테이를 하면서 자연과 함께 건강을 챙겨볼 수 있는 시설이 있다.
명상 구름다리라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출렁거려서 명상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옛 벼루 생산지로 가는 벼루길에서부터, 북동쪽 바람소리길, 남서쪽 거북이 별 보러 가는 길도 좌구산에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이 다리와 주변을 돌아보는 것에 만족해본다.
아직 가을이 가지 않았고 다리에서 보니 멀리 태양과 구름이 마치 빛이 번지듯이 하늘에 스테인 글라스를 만들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심경의 변화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여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저마다 제 아름다움을 알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다리에 건너와서 보니 하트 조형물과 다시 다리와 위로 하늘이 펼쳐져 있다. 산다는 것은 스스로 체념하지 않는 일이라고 하는데 체념이라는 것이 희망과 연결되어 있는 것인가.
건너와서 위로 올라오니 자작나무 테마숲길이 열려 있다. 증평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하면 백곡 김득신이라는 사람이 있다. 당대 문단의 제1인 자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도 어지간한 독서광이었다. 백이전을 11만 3천 번을 읽었다고 한다. 그는 꾸준하게 걸어서 뜻하는 바를 이루었다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유명하다. 거북이가 앞서 가는 토끼를 이긴 것은 그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목표에 정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고 느리지만 계속 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명상 구름다리의 아래로 내려오면 또 출렁다리가 있다. 계속 출렁거리게 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증평에는 출렁다리가 생각보다 많다. 쓴 맛을 주지 않는 진실은 없다고 한다. 이제 겨울이 되면 황량한 풍경이 만들어지고 햇빛과 눈의 교차 속에 때론 차가운 세찬 바람에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지는 느낌마저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가을의 유연함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