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모습을 반영하는 청양의 천장호
마음속의 어떤 소중한 것을 담아놓고 싶다면 어떤 것을 담고 싶을까. 시시각각 모든 것이 변하는 가운데 우리는 그때마다 기분에 따라 좋은 것을 선택하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 많은 것을 할 수도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다. 가을이 슬쩍 자신의 자리를 비우기 시작하며 겨울이라는 친구에게 자신의 역할을 맡기려 하고 있다. 이런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색채를 찾아 청양의 천장호로 향해보았다.
사실 여행에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얻지는 않지만 어떤 자세로 장소를 찾아가느냐에 따라 느끼는 것들은 많다. 대부분의 나무에서 나뭇잎들이 떨어졌지만 주말에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얼마 전 오픈한 어드벤처 시설은 천장호 출렁다리로 걸어가는 길목에 있는데 안전 때문에 제한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최근에 술을 마시고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몸과 정신이 멀쩡할 때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로 내려오니 다시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야 가을의 색채학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수 있게 해 준다. 색채라던가 색깔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접한 것은 컬러리스트 기사를 공부하면서였다. 색채의 기능은 기호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심리학 * 분석학 * 치료학 등 모든 분야에서 연구 관련 대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출렁다리를 보면 건너가야 한다고 했던가. 그렇게 출렁거리지는 않지만 천장호 출렁다리는 충남에서나 전국에서 오랫동안 출렁거림으로 인해 사람들이 찾게 만든 이력을 가지고 있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건너면서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출렁거림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 출렁다리에서 균형을 잡듯이 우리는 항상 출렁거리는 길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을 한다.
가을의 색채가 화사하면서도 하늘의 색과 산과 나무의 모습이 천장호에 명확하게 반영이 되고 있다. 마치 거울을 보듯이 물속에 산과 나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금 더 걸으면서 각도를 바꾸어보면서 쳐다봐도 그 모습이 또한 새롭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사람을 계속 만나고 싶은 것도 사람의 마음이듯이 색채도 계속 변하면 사람에게 다른 인상을 준다.
하늘에 구름이 있는 것인지 천장호에 하늘이 있는 것인지 잠깐 착각할 정도의 모습이다. 색채는 모호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에 때론 작은 돌덩이를 던져서 퍼져나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나무로 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대패질이 필요하다. 많은 대패질을 할수록 나무는 그 쓰임새를 보이며 잔잔한 그 결을 보여준다. 마치 이곳에서 보는 천장호의 물의 결처럼 말이다. 역시 삶에서 자세는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득 1791에 출간한 ‘색채론에 대하여(Zur Farbenlehre)’라는 책에서 인상학적 색, 물리적 색 그리고 화학적 색의 세 가지 유형을 구분함으로써 색채의 규정에 대한 불확실성을 처음으로 거론했던 괴테가 생각난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냐고 하면 가을의 색채학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물에 비추어진 하늘이 더 따뜻해 보이고 가는 가을을 잡지 못하는 마음의 미안함을 뒤로한 채 말이다. 삶의 팔레트에는 몇 가지 물감색이 담겨 있는지는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천장호에서 만나본 가을 색채학은 조금 알 것만 같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