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The 다이브

추락하는 것에 붙여진 날개

세상에는 올라가는 방법을 혹은 올라가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잘 떨어지는 방법에 대해서 말해주는 사람은 많지가 않았다. 모든 길에는 끝없이 올라갈 수가 없듯이 내려와야 되는 것도 배워야 했지만 우리는 그걸 외면하면서 살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이빙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었다. 올라갈 때는 무심한 듯이 올라가서 떨어질 때는 잘 떨어져야 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잘 떨어져야 하는데 그것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인생이 그런 것이라는 듯이 경착륙보다 연착륙이 충격이 없다. 잘 떨어지고 빠지기 위해 올라간다. 인생은 그렇게 반복되는 법이니 말이다.


정민은 지금까지 느낀 것이 그러했다. 매우 단순하면서도 매우 이상한 운동이며 그렇게 떨어졌지만 떨어지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운동이 다이브라고 할까. 수영강사인 그녀가 스프링보드에서 뛰는 모습은 마치 춤을 추는 것럼 보일 때가 있다. 낭창낭창한 판때기 위해서 발끝과 손끝이 서로 반대방향을 가리키면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플랫폼과 스프링보드의 매력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도 보드 위에서 태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보드의 탄성과 몸이 함께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볍지만 무겁게, 무겁지만 몸이 날아가듯이 만드는 것이 스프링보드였다. 갈릴레오가 실험으로 발견했고 뉴턴이 처음으로 공식화한 법칙 중 작용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물체가 서로 힘을 작용하고 있을 때, 두 물체가 받는 힘은 그 크기가 같고 방향은 반대이다. 힘의 크기만큼 누를 때 그 힘만큼 튀어 오른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아! 죄송해요."

"잠시 다이빙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어요."

"좀 잊고 있어도 괜찮아. 생각한다고 해서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냥 좀 어려워요. 대학생활시간과도 겹치는 것도 있고 해서요."

"다이빙을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 뭔지 알아?"

"예? 그런 게 있어요?"

"너무 노력하지도 않고 너무 쉬지도 않고 그렇게 덤덤하게 할 수 있는 용기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이야. 세상의 다른 운동도 그렇듯이 너무 잘하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그렇다고 해서 외면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거지."

"강사님은 운동하는 사람인데 너무 철학적인 거 같아요."

"원래 그게 그거야."

"그게 그건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좋아했던 수학이나 물리학을 생각하게 하는 운동이에요."

"수학, 물리학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몸의 움직임이 정확하게 적용되는 운동이야. 몸의 움직임에 군더더기는 다른 몸짓에 영향을 미치지 그래서 똑 떨어지는 운동이랄까."

"그래요. 잘은 모르겠어도 누나가 떨어질 때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사님 아니 누나와 가끔씩 마시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살이 찌는듯한 느낌의 시간이었다. 그녀와 보냈던 시간을 뒤로하고 친구 석진과 만나기 위해 홍대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한강대교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가니 떨어질 때의 느낌이 상상되었다. 이것도 병 인기 싶었다. 추락하는 사람에게도 날개가 있다고 하더니 다이버들에게도 그런 게 있지 않은가. 태양이 저너머로 저물어가면서 한강에 노을을 드리우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은 말이 없이 스마트폰에 빠져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무얼 그렇게 확인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인스타에서 다이빙하는 사람들의 짧은 영상을 보는 것이 일상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신기한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이다. 수준이 상당히 높은 사람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 떨어지는 시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했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석진이가 말했던 주소로 걸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은 그만큼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인지 갑자기 떠올랐다. 어릴 때의 기억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들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석진이가 말했던 곳은 독특한 공간이었다. 다이빙에서 미학을 느꼈던 한 사업가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하이다이빙이 가능한 상업건물을 만든 것이었다. 5층 규모의 건물의 중앙은 하이다이빙을 위한 플랫폼과 스프링보드가 설치되어 있었고 열린 공간으로 동선이 구분되어 있는 곳에는 카페와 수제 맥주, 전통주를 파는 가게 등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야~ 이런 곳이 다 있었어?"

"네가 하도 동영상을 보내줘서 연관 동영상으로 SNS에 올라온 거 보고 안거야."

"솔직히 운영비나 나올 수가 있을까."

"생각보다 마니아층이 많은 편이야. 그리고 이곳을 만든 사장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다이빙을 좋아해서 시설을 만들었다고 하더라고."

"진짜 다이빙에 진심인가 보다."

"여기 SNS 맛집이야. 네가 다니는 국제수영장이 아니면 해외 말고는 아마 거의 없을걸."


정민과 석진은 기본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섰다. 마침 3미터 스프링보드에서 한 여성이 보드를 경쾌하게 밟으면서 순간적으로 튀어 올랐다. 공중에서 한 바퀴 반을 도는 그녀의 모습은 군더더기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입수를 했다. 수면 아래로 사라진 그녀는 푸른 물아래로 사라졌다가 긴 머리를 뒤로 늘어트린 채 수면 위로 이내 올라왔다. 순간적인 동작이었지만 다이빙은 몸의 미학을 추구하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들게 하였다. 3층의 수제 맥주 가게에 두 사람은 다이빙을 잘 볼 수 있는 자리에 겨우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여기 아무나 다 뛸 수 있는 거야?"

"다이빙장을 이용하려면 이용료도 있지만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해. 음주나 약물을 해도 이용할 수가 없어."

"이런 분위기에서 뛰어보는 것도 색다르겠네."

"한 번 뛰어볼래?"

"예약을 해야 한다면서."

"혹시 몰라서 예약은 했어."

"진짜? 그냥 말해본 건데. 다른 사람들 보니까 실력이 상당한 사람들도 보이던데 말이야."

"그렇긴 하지. 거기처럼 계속 연습하는 곳은 아니니까."

"도심에 있는 실내수영장은 몇 번가 보았지만 이런 곳은 정말 독특하다."

"뛰려면 술 마시기 전에 가야 해."

"에이. 그냥 술이나 마시지 뭐."

"해봐~ 그 운동은 어디 보여줄 데도 없잖아. 그리고 수영복도 가져왔잖아."


정민은 석진이 부른 안전요원을 따라 탈의실로 들어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특한 분위기의 이곳을 찾아와서 지켜보기만 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탈의를 하고 수영복을 입은 정민은 5미터 플랫폼에 섰다. 수영장에서 선 느낌과 이곳에서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플랫폼에서 점프를 한 후 두 발이 떨어진 순간 발이 보이더니 아래에 있는 푸른색의 물이 보였다. 그런데 물에는 얼핏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순간적이어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중간지점을 지나 낙하하고 있었다. 정민은 두 팔을 모아 입수 자세를 취했다. 손바닥이 물에 부딪치는 순간 물속이 아닌 물 위의 세상으로 나왔다.


The 다이브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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