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설쓰기

The 다이브

차원의 문을 여는 높이

물에 빠진 사람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물 위로 나오게 된다. 물에 우아하게 빠질 생각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물에 아예 빠지지 않을 생각을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무더운 한 여름에 물놀이를 할 때도 가슴 위로 물에 잠기려는 사람보다는 허리 아래의 물에서 노는 사람들이 더 많다.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 생각보다 유쾌하게 느껴지지가 않을 때가 있다. 정민은 물 밖으로 나왔을 때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친구와 함께 있었던 다이빙장이 아닌 적막한 다이빙장이었다. 그곳은 자신이 다이빙 강습을 받는 수영장이었다. 강습시간이 끝나고 수영장의 이용시간이 끝난 어두컴컴한 수영장이었다.


"어 여기가... 어떻게 된 거지?" 혼잣말로 정민은 말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밖에서 비친 달빛에 의해 수면은 반짝 반짝이는 윤슬처럼 빛이 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두려움마저 일어났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현실적인 것인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잠시 물 위에 떠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전히 자신은 다른 다이빙장에 있었다.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우선 발이 닿는 곳까지 헤엄쳐갔다. 물에서 몸을 빼낸 정민은 잠시 앉아서 차분히 주변을 돌아보았다. 얼굴을 꼬집어보기도 하고 발로 물장구를 치듯이 수면을 때려보기도 했다. 분명히 감각이 있었다. 꿈이라던가 저세상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다.


정민이 빠지고 나서 물이 튀기는 모습이 보였다. 수면 아래로 발끝이 빠지는 것이 보였지만 이후 몇 분이 지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석진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아래로 내려가서 물속을 바라보았다. 안전요원 역시 같이 내려와서 물아래를 보았지만 정민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죠?"

"그러게요. 분명히 빠졌는데 보이지가 않아요."

"이렇게 될 수도 있나요? 어디 다른 곳으로 나가는 곳이 있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될 수도 없고요. 수압 때문에 그런 출구를 만들어놓수도 없어요."

"그럼 어디로 갔다는 거예요?"

"아니 감쪽같이 사라진 걸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석진은 물속을 아무리 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우선은 건물을 샅샅이 돌아다니면서 정민을 찾았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차를 마시는 사람들 속에 정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 보였다. 다시 다이빙장으로 가니 입수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는지 다른 사람이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스프링보드에서 서 있던 여자가 앞으로 나오면서 경쾌하게 스텝을 밟았다. 디딤발을 하고 난 후에 충분히 누른듯한 모습에서 탄력을 받았던지 상당히 위로 뛰어오른 그녀는 한 바퀴 반을 돌고 가볍게 입수를 했다. 석진은 물아래를 쳐다보았다. 몇 초나 지났을까. 그녀는 아무 이상 없다는 듯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그런데 정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석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히 뛰었고 사라졌는데 그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민은 물에서 나와 샤워실을 지나서 탈의실로 조심스럽게 나가보았다. 이미 강습이 모두 끝난 시간이라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수영복만 입고 바깥으로 나갈 수 없었던 정민은 체육관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입을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유실물을 보관하는 곳에 누군가 놓고 간 것을 보이는 체육복이 눈에 띄었다. 우선 그걸 입은 후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맨발인 데다가 아무것도 없어서 걸어서 갈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에서 나온 지 10여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가슴이 쥐어짜는듯한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숨을 쉬기가 힘들 만큼의 강력한 통증이 온몸을 휘감았다. 마치 물속에 빠져서 폐에 물이 차는듯한 느낌이랄까. 어릴 때 느꼈던 그 고통이 다시 밀려드는 것만 같았다. 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빠르게 생각했다. 정민은 가슴의 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다시 수영장으로 비틀거리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있는 힘을 다해 수영장에 다다른 정민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으로 들어가면 통증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왜 심장에 통증이 시작되었는지 생각해보았지만 이날 달라진 것은 물속으로 다이빙을 한 것이고 다시 다른 물에서 나온 것 외에는 없었다. 살기 위해 정민은 걸려 있던 사슬을 넘어서 5미터로 올라갔다. 겨우 플랫폼 앞에 선 정민은 입수 자세를 하고 물속으로 떨어졌다. 잡은 두 손이 물을 밀고 들어가면서 어깨에 압력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고통이 사라지기를 마음이 간절한 채 들어가는 순간 정민은 자신이 원래 다이브를 했었던 그 물 위로 떠올랐다. 거짓말같이 가슴에 쥐어짜는듯한 통증이 사라진 것까지는 좋았지만 위에서 자세를 취하고 다이브를 하려는 여성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호흡을 한 정민은 허겁지겁 물속 다른 방향으로 입수했다. 다행히 입수를 한 여성과 교차하면서 충돌은 피했다.


정민은 물에서 나와서 옷을 입은 후 석진과 통화했다. 석진 역시 정민이 사라진 것을 보고 많이 놀란 듯했다. 시간을 재보니 입수를 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까지 1시간의 시간이 비었다. 분명히 자신에게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어디로 사라진 거야." 석진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줄 수는 없었다.

"아. 뭐 어떻게 하다 보니..."

"아니 거기서 어떻게 사라진 거야. 그리고 어떻게 다시 나온 거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잠깐 다른 데로 갔는데 네가 못 본 거야."

"아니야. 계속 보고 있었는데 물속에 들어가고 보이지가 않았다니까."

"네가 잘못 본 거야. 그럼 내가 지금 어떻게 너랑 통화하냐?"

"답답해 죽겠네 분명히 안전 요원하고도 같이 찾아봤거든."

"아무튼 그 말은 그만하자."

"진짜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뭐 건강하게 살아 있으니 다행이네."


그 후로도 다이빙장에서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하게 여러 번의 실험을 거쳤다. 다른 높이에서도 떨어져 보고 다양한 입수 자세를 취해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확실한 것을 발견했다. 5미터 플랫폼에서 손 입수 자세로 빠졌을 때만 다른 다이빙장으로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곳으로 갈지는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빠지고 난 후에 1시간이 지나면 가슴통증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통증을 버텨보려고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버틸 수 없는 것으로 보아서 죽음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었다. 왜 그런 능력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릴 때 물속에 빠져 죽을 뻔했을 때 다이빙 강사가 구해주기 전 어렴풋하게 흰 빛을 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때의 충격 아니 경험이 그런 능력을 주었지만 언제까지 그런 능력이 유지될지는 알 수는 없었다. 타임 슬랩은 아니었고 공간이동이라고 말할 수는 있었다. 여러 번 해외의 다이빙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는데 한 시간만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짜릿한 경험이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입수하는 것이 중요했다.


원래 다이빙 강사가 있어야 입수가 가능했지만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면 사람들이 없을 때 주로 입수를 시도했다. 이날도 5미터 플랫폼에 선 정민은 다이브 자세로 입수를 했다. 물속에 발끝이 들어가는 순간 물 위로 나왔다. 이곳이 어디인지 둘러보다가 한 사람이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다. 미동도 하지 않아 보이는 그 사람은 여자였다. 그녀의 몸에서 무언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피였다. 화들짝 놀란 정민은 그녀를 물 위로 끌고 나왔다. 코에 손을 대보고 목의 맥도 살펴보았지만 심장이 멈추었는지 전혀 반응이 없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몸에는 체온이 남아 있었다. 분명히 그녀를 죽인 사람이 이 다이빙장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주변을 살펴보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 탈의실 쪽에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정민은 재빨리 물속으로 입수를 했다. 탈의실에서 나온 남자는 물 위에 여자 모습이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다가 위에 나와 있는 여자를 보고 달려왔다. 죽어 있는 여자를 살펴본 남자는 주변을 돌아보다가 물속에 있는 정민을 발견했다.


"야 너 누구야. 빨리 안 나와?"


숨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정민은 가능한 그 남자와 먼 곳의 수면 위로 나왔다. 남자는 정민을 보자마자 정민을 향해 달려왔다. 그 남자의 손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회칼이 들려 있었다. 정민은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남자는 정민을 잡기 위해 빙빙 돌았다.


"물속에서 평생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당신이 저 여자를 죽인 거지?"

"죽였다면 네가 어떻게 할래. 너만 죽으면 돼."

"난 계속 물속에 있을 거야."

"그래? 내가 수영을 못하는 줄 알지?"


말이 끝나자마자 남자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바지만 남긴 그 남자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정민은 그 사이에 물 밖으로 나와서 뛰기 시작했다. 남자는 다시 물 위로 나와 정민을 쫒기 시작했다. 정민은 다이빙대로 뛰어올라갔다. 5미터 플랫폼의 끝에 선 정민은 범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눈매는 날카로워 보이면서 입술은 얇은 것이 상당히 매서운 모습이었다. 살인도 서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남자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할래? 거기서 빠지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어떻게 될까?"

"그래. 빠져봐. 어차피 거기서 빠진 들 물속이지 뭐."


남자는 천천히 손에 쥔 칼을 들고 정민에게 다가갔다. 거리가 3미터쯤 남았을 때 정민은 그냥 선 자세로 뒤로 넘어갔다. 뒤로 넘어간 정민은 180도 돌아가면서 손으로 입수를 했다. 그 순간 자신이 강습을 받는 다이빙장의 수면 위로 나왔다.


The 다이브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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