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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2. 2023

시간의 역설

우리의 시간을 엿볼 수 있는 정동진시간박물관 

잠시 시간을 돌려보았다. 지구의 시간으로 보자면 아주 짧은 찰나보다도 더 순간적 일지 모른다. 강릉의 대표명소이기도 한 정동진을 개인적인 시간의 관점으로 보면 오래간만에 찾아가 보았다. 정동진 역시 들어옴과 나감이 있는 바다가 자리한 곳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에서 인간사에는 조수가 있어서 흐름을 잘 타면 행운을 얻지만 제대로 타지 못하면 인생이라는 여행 전체가 얕은 바다에 갇혀 불행해진다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정동진만큼 해 뜨는 곳으로 많이 거론되는 곳이 있을까. 새해에 해가 뜨는 것을 보기 위해 간다는 것은 시간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동진에는 기차를 활용하여 시간박물관을 조성해 두었다. 이곳을 가보니 바다로 흘러내려가는 물길옆에 무지개를 닮은 기차가 맞이해 준다. 

강릉의 정동진까지 가기 위해 마음을 먹고 제시간에 갈 수 있는 것도 중력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중력과 시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시간박물관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제는 시간이다. 이곳을 가면서 스쳐 지나갔던 사람이나 지금 보고 있는 기차 혹은 내 몸에서도 머리와 발 사이에는 중력이 있다. 너무나 미약해서 느끼지 못할 뿐이다. 사람사이의 인연은 그 중력이 자신을 끌어당기기 때문이 아닐까. 

정동진의 바다를 보기 위해 먼저 시간박물관을 들려본다. 2013년에 조성된 곳이니 필자가 처음 정동진에 갔을 때는 볼 수가 없었다. 정동진시간박물관은 시간의 탄생부터 아인슈타인의 시간, 예술로 승화시킨 중세의 시간, 현대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시간을 만나볼 수 있다.  

시간이라는 것은 절대적으로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우주 어딘가에는 이 세상 모든 시간을 관장하는 거대한 시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측정하는 두 사건 사이의 시간 간격은 모두 동일하다고 보았다. 

시간을 오차로 선박의 경도를 측정할 수 있는 훌륭한 발명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오늘날의 크로노미터는 배가 기울어져도 수평상태를 유지해 주는 짐발에 매달려 있는 일종의 시계였다. 사실 시간 간격은 다른 사람의 시간 간격과 같지 않고, 한 사람의 공간 간격은 다른 사람의 공간 간격과 다르다. 즉 당신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다르다. 

시간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시계를 상상했다. 이 순간 정동진의 사진과 동영상을 지인에게 보냈지만 그 시간은 같은 시간이 아니며 공간도 같은 공간처럼 느껴질 수가 없다. 

명품시계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가 있었던 다양한 시계들도 볼 수 있다. 지금이야 멋스럽고 고가의 시계를 집에 두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시간이 가장 큰 가치였을 때는 가장 큰 힘을 가지기도 했었다. 

이 공간에 놓여 있는 것들은 모두 시간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물리학의 거의 모든 개념을 떠받치는 개념이다. 시간과 공간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모래라면 다른 개념들도 역시 움직이는 모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모래시계가 나온 것인가. 최민수가 그래서 나 떨고 있냐고 물어보았는지도 모른다. 


정동진에 자리한 시간박물관을 돌아보고 위의 전망대에 올라서서 정동진을 내려다보았다. 일반적으로 시간을 표현할 때 기차를 예시로 드는 경우가 많다. 물체에는 내재된 질량이 있지만 운동을 통해서도 질량은 생긴다. 정동진을 지나가는 열차는 KTX처럼 고속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차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면 기차의 질량은 늘어나게 된다.  

강릉의 정동진을 이곳에서 쳐다본 기억이 있었나. 시간의 순간이나 시간의 한 점 같은 것은 빛의 세상에는 없다. 빛으로 짜인 존재는 아무 곳도 아닌 곳에서 아무 때도 아닌 때에 살고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어떠한 때에 필자는 정동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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