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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17. 2023

마음방의 선물

익산 교도소 세트장에서 생각해 본 사람의 본성 

그렇게 하나같이 재수 없는 날이 없었다.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거슬렸으며 마음속에서는 폭력성이 잭과 콩나무의 이야기처럼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이 그 마음을 지워버리고 채워버린 제어할 수 없는 그런 다른 자신과 같았다. 지능형 범죄를 제외하고 수많은 유형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그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싶어 한다. 가장 많이 찾고 싶어 하는 대상은 술을 마신 자신이다. 이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고 법을 심각하게 지키지 않는 사람은 자유롭지 못한 곳에 갇힌다. 옛날에는 감옥이라고 불렀고 오늘날에는 교도소다. 

익산에 가면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를 촬영했던 공간이 있다. 익산교도소세트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소에는 갈 일이 없지만 한 번 간사람이 다시 가게 되는 확률이 높은 곳도 바로 교도소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남자라면 적어도 여자와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모두 갇힌 공간인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 갇힌 공간에서는 선한 사람으로 보였던 사람도 상황에 의해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곳이 군대다. 

성당면 와초리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 폐교부지 위에 세워진 국내 유일의 교도소 세트장으로 '홀리데이', '아이리스', '전설의 마녀', '7번 방의 선물'등과 같은 영화도 촬영되었지만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에서도 인상 깊은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우리가 같은 존재인 사람에게 죄를 평가받고 그 죄질에 의해 얼마나 갇혀야 되는지 혹은 사형제도가 있었을 때는 죽음까지 맞이해야 하는지를 사회는 공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법은 과연 공평한가라는 생각을 해볼 때 그건 상황에 따라 변하는 사람이기에 그렇지 않아도 말할 수 있다. 

갇힌 공간에서 나쁜 시스템과 나쁜 상황이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을 그들의 본성으로부터 소외시키고 병적으로 행동하도록 만드는 잠재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대표적이다. 모의 교도소라는 배경 안에서 각각 수감자와 교도관 역할을 맡은 개인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알아주기 위한 실험이었다. 

이곳은 교도소 세트장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어서 들어가서 보면 마치 교도소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만들어준다. 물론 실제 교도소와 많이 다른 구조다. 내부의 방이나 건물 외에는 많은 것들이 다르다. 개인적으로 시험감독을 하면서 교도소를 가본 적이 있어서 그 복잡한 구조에 대해 간접경험해 본 기억이 있다. 

교도소세트장은 잔디광장, 편의시설과 세트장 주변으로 산책로와 포토존, 로컬푸드하우스 등을 갖췄으며 죄수복 체험과 감옥에서 인생사진 찍기 등 이색 체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해두었다. 

사람을 보면 지금은 괜찮아 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보일 때가 있다. 단지 그런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을 뿐이다. 어떤 죄수라도 개개인적으로 본다면 착해 보인다. 왜냐면 상황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를 공정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도덕적, 합리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으려고 하다. 어떤 인간이 저지른 행동은 그것이 끔찍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부적절한 상황적 조건만 형성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그것에 저항할 수 있는 강한 힘을 평소에 길러야 한다. 

단순한 교도소 세트장이며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었던 공간이지만 그 공간의 모습만으로도 다른 느낌을 부여하게 된다. 

교도소를 가장 잘 그린 작품은 쇼생크의 탈출로 기억을 한다. 보통은 감옥을 배경으로 다른 색깔을 그리는데 쇼생크의 탈출은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 냈다. 

감옥을 배경으로 거의 모든 장면이 촬영되었던 영화는 7번 방의 선물이다. 7번 방의 선물은 다소 따뜻한 느낌을 가진 영화이며 상황에 물들지 않는 한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람들은 상황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지 평소에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어떤 상황은 우리가 감히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행동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 

마침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그런지 조용하게 홀로 이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작년에는 2030 세대를 타깃으로 연극과 방탈출 게임 등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로 사전예매를 통해 회차별로 32명씩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사람들은 안전한 상황에서 다른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그 상황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성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안정감을 느끼려고 한다. 

교도소에 들어오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악을 합리화하는 인지 부조화를 가지고 있다. 

익산교도소 세트장은 굳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경으로 사용되서가 아니라 다른 경험을 해보기에 괜찮은 여행지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가 없을수록 혹은 온라인상에서만 볼수록 상대를 비인간화하며 무가치한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마음방의 선물은 어딘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너무 꽁꽁 숨겨두었기에 우리는 상황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갈 뿐이다. 


그런데 지인에게 이곳을 나오며 영상을 보내고 나서 두부가 먹고 싶다고 말했는데... 집에 가면서 사서 들어가라는 카톡을 진심을 다한 것처럼 보냈다. 필자가 두부를 살 마트나 두부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유머를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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