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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an 26. 2023

겨울 Nudge

동해도째비골의 해랑 전망대의 야경

추운 것은 사실이지만 좋은 것은 하나 있다. 어디를 가든지 간에 무척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는 특권(괜한 고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이 있는 셈이다. 추운 겨울에 여행하는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을 지어내어서 말하고 다니지만 적어도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다. 올해 겨울을 지내다 보면 지난겨울에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어쨌든 그 시간을 지나왔으니 올해 춥다는 것도 경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때는 춥다는 강원도의 동해에서 그것도 추운 밤에 야경을 보는 것을 권해본다. 제법 할 말이 생길 수도 있다. 

동해에 처음 가보았다면 야경을 만나는데 실패하지 않을 만한 곳은 바로 이곳 동해 도째비골의 해랑 전망대다. 푸른색의 색감이 차갑게 보이지만 사실 푸른색이 붉은색보다 입자의 운동이 많아 에너지가 많다. 즉 빛으로만 본다면 더 따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몸으로 체감하지 못할 뿐이다. 

이곳은 사시사철 24시간 열려 있는 곳이니 언제라도 방문해도 좋다. 그렇지만 새벽시간에 얇은 옷을 입고 나오는 만용은 자제하기를 바라본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춥다고 느낄 수가 있다. 

낮에는 보지 못했던 관문이 보이는 것만 같다. 마치 필자를 위해 문을 열어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경제학자가 쓴 책 넛지처럼 슬쩍 찌르듯이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보면 무언가 생각이 들 것이다. 

아래에는 바다의 물결이 소리를 만들고 위로는 붉은색이 마치 도째비 방망이처럼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강원도의 방언으로 도깨비를 도째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설계자가 의도한 바와 달리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방향을 표시하지만 편한 방향으로 가다 보면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눈이 내려서 창문에 눈이 쌓여 있었는데 주차요금을 결제하고 창문이 열린 것을 고려하지 않고 문을 닫으니 눈이 그냥 좌석으로 들어왔다. 이런 때는 경고문구 하나정도 있으면 어떨까. 주차요금을 결제했으면 창문을 올리고 닫으세요라고 말이다. 

지곳은 전망대이지만 이 시간에 이 추위에는 올라가 볼 엄두는 나지 않지만 야경만큼은 멋들어진다. 강원도의 동해시가 이렇게 야경이 멋진 도시였던가 싶다. 


산의 경사를 그대로 활용하여 만들어진 집에서 켜진 불 덕분에 야경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다. 차갑고 건조한 날씨로 대기가 투명해지는 겨울밤은 푸른색의 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는 동해야경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계속 사진과 이곳의 분위기를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추우니 필자도 다시 차로 돌아가야 될 듯하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동해 바다 물결에 스며드는 빛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해랑전망대, 바다로 연결되는 도로 등과 어우러지며 은은한 동해 야경을 완성한다.

이제 이곳에서 내려가보면 동해에 자리 잡은 어린 왕자를 볼 수 있다. 어디서 어린 왕자를 볼 수 있는지 보려면 잠시 기다리면 된다. 이 도로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우측에 어린 왕자가 자리하고 있다. 

내려와서 잠시 위에 자리한 전망대를 쳐다본다. 사람들은 많은 경우 확증 편향과 바람직성 편향 때문에 우리가 이미 믿고 있거나 사실이길 바라는 판단에만 맞는 증거를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것을 보다 보면 그것에서 벗어나니 추운 겨울 야경이 이쁜 이곳으로 와보길 권해본다. 

도째비골의 해랑전망대를 보고 도로를 우측으로 끼고도는데 갑자기 어린 왕자가 야경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낭만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빛이 나는 특별한 장소를 꼽으라면 야경이 있는 동해의 이곳이 아닐까. 순수한 동심을 자극할 수 있는 어린 왕자 입체감이 있는 모습과 도째비가 만들어내는 미디어아트 공간은 바다 위에 속에 비친 푸르고 붉은 선들의 움직임이 환상적 겨울왕국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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