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Jan 25. 2023

얼어 죽을 여행

산림복지로 자리한 국립김천치유의 숲

자연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자연을 마주칠 수 있는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여행이다. 봄이면 꽃여행, 여름이면 피서여행, 가을이면 단풍여행, 겨울이면 얼어 죽을 여행을 하며 자연을 만나게 된다. 굳이 히말랴야까지 가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겨울여행을 하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번에 찾아온 한파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북가도의 무흘구곡이었지만 서늘함이 파랗게 보일 정도로 차가운 경관을 보여주었다. 

경북의 대표적인 구곡인 무흘구곡은 제1곡이 봉비암, 제2곡이 한강대(寒岡臺), 제3곡이 무학정(舞鶴亭), 제4곡이 입암(立巖), 제5곡이 사인암(捨印巖), 제6곡이 옥류동(玉流洞), 제7곡이 만월담(萬月潭), 제8곡이 와룡암(臥龍巖), 제9곡이 용추(龍湫)라고 명명되어 있다. 경관가도를 이어가는데 고령, 김천, 성주에 걸쳐 있다. 

정말 추운 날에 계곡물을 보면 그 생명의 기운이 안에 숨어 있는 것처럼 청명하게 아름답게 보이기까지 하다. 움직여야 할 때가 있고 움직이지 않아야 할 때도 있다. 자연은 딱 적당할 때 변화를 한다. 그 변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는 너무 억지스럽게 살고 있는지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지금까지 복지는 협의의 관점으로 보아왔다. 그렇지만 복지는 넓게 보면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많은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 산림복지는 국민복리 증진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정책적 개념이다. 가장 와닿는 산림복지는 전 생애주기에 걸쳐 숲을 통해 숲태교, 유아숲체험, 산악레포츠, 산림치유 등 다양한 혜택일 것이다. 

산림환경요소에는 햇빛, 경관, 온도, 피톤치드, 먹거리, 소리, 습도, 음이온이 있으며 건강증진, 쾌적함, 면역력 향상과 같은 인체의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본질적으로 질병은 치료하지는 않지만 건강의 유지와 면역력을 높이는데 산림환경은 많은 도움이 된다. 

무흘구곡에서 국립김천치유의 숲까지 이어지는 길은 인현왕후길이기도 하다. 인현왕후는 숙종대에 장희빈에 의해서 중전에서 서인으로 강등됨과 동시에 폐출되게 된다. 그때의 나이가 23살이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3년을 머물면서 다시 복귀되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김천 8 경이라는 청암사 주변을 계속 오갔다고 한다. 

인현왕후는 폐비가 된 이후에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며 오랜 병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산과 물이 있는 산림이 치유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페비가 되어 출궁 되었다가 5년 만에 궁궐로 복귀한 인현왕후는 1701년 3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겨울에는 서슬퍼럴정도로 겨울의 아름다운 색채를 보여주는 이곳은 수도산과 수도암이 자리하고 있으며 국립김천치유의 숲이 있다. 흘러내리는 물은 무흘구곡의 제9곡 용추폭포를 지나서 용추교를 흘러가면 제8곡이라는 와룡암에 다다르며 더 내려가면 제7곡이라는 만월당에 이르게 된다. 더 알고 싶은 사람은 무흘구곡전시관을 찾아가면 무흘구곡에 대해서 접해볼 수 있다. 

출렁거리는 다리를 올라가서 잠시 뛰어보기도 한다. 사람의 길은 그렇게 이어져왔다. 계절을 달리하다가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 누군가의 길이 이렇게 만들어져 있다. 

산림으로 받는 치유는 법적, 행정적, 학문적 정의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사람의 감각은 하나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똑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자연환경에서 우리는 생리적, 감각적, 정신적으로 느끼는 것은 모두 다르다. 


때론 숲은 해설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래서 숲해설가가 있는데 이런 숲체원이나 자연휴양림, 수목원 등에서  숲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의 살아가는 이야기, 역할 등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숲해설가의 역할이다. 숲과 인간과의 관계라던가 숲에 얽힌 역사등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이해도를 높여줄 수가 있다. 

무흘구곡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인현왕후와 자연과 숲에 대한 이야기로 이곳까지 왔다. 이제 겨울의 얼어 죽을 여행이야기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겨울이라고 해서 움츠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  때론 지평선 너머에 있는 행운이라는 존재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있다. 보지 못했던 세계에서 무엇을 찾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의 감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