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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2. 2023

겨울 잔치국수

5일장, 사람냄새, 오래됨의 동해시 북평으로 오세요. 

각종 공공요금이 올라서일까. 물가가 심상치 않아서일까. 올해 겨울은 다른 해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이런 때에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어떤 따뜻한 음식이 온기를 돌게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동해시의 북평이라는 지역의 잔치국수를 선택해 보았다. 아삭한 김치와 총각김치가 어우러진 잔치국수의 깔끔한 멸치국물은 잠시 추위를 잊게 만들어준다.

동해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북평동이 있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이곳도 번성했던 때가 있었다. 도시이기도 하면서 농촌과 어촌의 색을 모두 품은 곳이다.  인근에 국제 무역항인 동해항이 위치하고 있는데 만경대(萬景臺), 호해정(湖海亭), 해암정(海巖亭)(지방문화재 제63호), 靑蓮寺 鐵佛 등도 자리하고 있다. 

북평동의 북평석당은 1958년에 짓기 시작하여 1959년 완공하였으며 일부 보수한 흔적이 있지만 본당에 사용된 목재 창틀과 내부 천장 마감재 등이 성당을 지을 당시의 원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한다. 

북평성당의 초대 주임신부는 고르넬리오 신부였으며 본당과 사제관을 제일 먼저 지었으며, 이후 증축과 보수를 거치면서 수녀원 등 여러 건물을 세웠다고 한다.  

애국가를 부르기 위해 찾아가는 추암해변을 가기 전에 자리한 곳에서 조용한 분위기를 마음껏 만끽해 본다. 

이곳은 전국 최대 민속5일장이 열리는 곳이라고 한다. 찾아간 날은 5일장이 열릴 때가 아니었지만 예스러운 모습으로 복원되어 있는 혹은 유지되고 있는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카페도 있고 음식점도 있다. 오래된 모습의 주막도 볼 수 있다. 주사(酒肆)·주가(酒家)·주포(酒舖)라고도 불렸던 옛 주막에서는 술이나 밥을 사 먹으면 대체로 잠은 공짜로 재워 주었다고 한다. 주막은 기방이나 색주가·객줏집·여각(旅閣)과는 달랐다.

이곳에서는 크기는 않지만 작은 공연도 열린다고 한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주막 하면 장국밥이 먼저 연상되지만 이날은 잔치국수가 먹고 싶어졌다. 

3배의 인심 8배의 행복이라는 북평 민속시장에서는 소도 많이 팔렸던 모양이다. 그래야 국밥을 내놓을 수 있으니 소는 거래가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오전에 영업을 시작한 음식점으로 들어가서 잔치국수를 주문해 보았다. 간단한 반찬이 나오는데 특히 총각김치가 잘 익어서 잔치국수와 궁합이 좋았다. 사람들이 국수를 장수를 비는 식품으로 여기게 된 것은 당나라 때부터로 평소 수수나 기장처럼 거친 음식을 먹고살던 사람들이 고운 밀가루로 만든 국수를 먹으면서 좋은 음식을 먹으니 오래 살 수 있겠다는 믿음도 있었다. 

김치는 마치 김치말이국수처럼 잔치국수와 함께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국물은 무언가 심심하지만 김치가 더해져서 간이 적당하게 맞추어지고 있다. 시원하게 한 그릇 먹고 다시 힘을 내서 움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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