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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5. 2023

법천사지 유적전시관

천명의 사람의 눈에 천 개의 달이 뜬다. 

세종대에 월인천강지곡이라는 시가 있다. 달그림자가 천 개의 강에 비춘다는 뜻으로 부처가 백억 세계에 모습을 드러내 교화를 베푸는 것은 마치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어떤 대상은 분명히 하나인데 여러 곳에서 볼 수가 있다. 필자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가장 가까운 이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같은 달을 볼 수 있다. 자비가 어느 곳에 나 있다면 사람이 겪는 고통은 없을 것이다. 

법천사지는 고려 중기의 법상종 사찰로 남아 있는 최초의 기록은 통일신라 928년(경순왕 2년)으로 이후 고려시대에는 문벌 귀족의 후원을 받아 번성했던 사찰이다. 

작년 12월 이곳에는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이 들어섰다.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은 2001년부터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된 석조 유물과 매장 문화재 등을 보존·관리하기 위한 공간으로 1층은 전시설, 개방형 수장고, 다목적 강당이 있고 2층은 전시실, 학예연구실, 회의실 등이 있다. 

법천사지에 세워졌던 고려 시대 국사(國師) 해린(海麟·984∼1070)의 승탑(僧塔)인 지광국사탑(국보 제101호)은 독특한 구조와 화려한 조각, 뛰어난 장엄 장식으로 역대 가장 개성적이고 화려한 승탑으로 평가받고도 있다. 

이곳 유적전시관은 법천사지 비움의 미학을 그대로 따른듯한 분위기다. 보여주는 것보다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구성과 법천사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법천사지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돼 고려 시대 지광국사 해린이 처음과 끝을 함께 한 곳으로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돼 고려 시대 융성했으나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사라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주는 한반도 중심부에 위치하며, 육로를 통해 충청북도 남부, 경상북도, 강원도 영동지역과 연결되고, 수로로 남한강을 통해 경기도, 충청북도, 강원도 영서지방과 연결되는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어 삼국시대에서는 요지였던 곳이다. 

탑전지는 높게 쌓은 축대 위에 건물을 지었으며, 왼쪽의 건물 터 위에는 기둥을 받치던 돌인 주초석, 불상의 뒤를 장식하던 광배, 탑도석등이 남아 있는데 이곳 부근에 모아놓은 것을 외부에서 볼 수 있다면 보지 못했던 유물들은 이 전시관에서 볼 수 있다.  


법천사지가 발굴된 시간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2002년부터 1차 시굴조사를 시작하여 2차 발굴조사, 3차, 4차, 5차, 6차, 7차, 8차, 9차, 10차, 11차, 12차에 이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보통의 수장고는 안 보이는 곳에 있는데 법천사지의 수장고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두었다. 

2층에는 법천사지와 관련된 사진과 법천사지 석조공양보살상이 홀로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있다. 법천사지 금당 영역에서 확인된 석조공양보살상은 발굴조사를 거쳐 확인되었는데 공양상은 불교가 전파되었던 삼국시대부터 등장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탑전 공양보살상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법천사지 석조공양보살상은 원통형 보관을 착용하고 있으며, 상호는 턱이 두툼하게 강조된 채 이목구비가 얼굴 중앙에 모여 있는 형태이다. 법천사지 공양보살상의 대좌는 상대석과 하대석이 육각형인 경우는 매우 희소하여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고 한다. 

비가 내리고 추위가 다가오기도 하지만 밝은 햇살, 생명을 키우는 땅, 그리고 물이 흐른다. 물이 흐르는 시작하는 입춘이라는 절기가 가고 활발하게 살아서 새로운 것을 환희롭게 만날 수 있다. 물은 지나온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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