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Feb 23. 2023

고분의 쓸모

가야와 신라인이 잠든 구미 낙산리 고분군

사람들은 왜 경제적인 것을 과시를 하려고 할까. 오랜 역사 속에서도 경제적인 능력은 생존에서도 중요하게 평가받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경제적으로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 돈을 쓰면 된다. 먹고사는 데에 아무런 관련도 없고 어디가 쓰려고 해도 그 가치에 걸맞게 쓰려면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명품이 그렇고 고가의 차량이 그렇다. 그런 것들을 구입해도 자신의 생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적정소득에 맞는 차량구입을 이야기하지만 솔직히 상관은 없다고 한다.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기만이라던가 사기의 목적이 아니라면 카푸어라고 해도 자신이 만족하면 그만일 뿐이다. 가족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분명히 골치 아플 것이다. 그렇지만 적정소득대비 소비라는 것은 정해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경제적인 부를 과시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생존이다. 

이곳은 구미의 낙산리에 자리한 고분군이다.  1990년 10월 31일에 사적 제336호로 지정되었으며 지정 면적은 229,245㎡에 이르는 구미에서 가장 큰 고분군으로 대형분·중형분·소형분 200여 기가 분포하고 있는데  3세기에서 7세기 중반기의 가야와 신라의 무덤들로 총 205기에 달한다. 사람도 죽으면 분해되기 때문에 위생상이나 전염병이 생기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인간의 시신을 부패로부터 위생적으로 처리하려는 데서 발생한 것이 무덤이다. 

구미 낙산리 고분군과 같이 고분이라고 정의가 되는 것은 중국에서는 지하에 시신을 매장하고 지상에 아무런 시설을 가하지 않은 것을 묘(墓)라고 하고, 반대로 지상에 흙을 쌓아 올려서 시설을 가한 것을 분(墳)이라고 하여 묘와 분을 엄격히 구분한 것에 기인한다. 

옛날사람들은 왜 이렇게 고생스럽게 고분군을 만들었을까. 고인돌이나 고분군을 만드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적인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냥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땅을 파고 묻으면 가장 효율적이지만 힘이 있던 사람들은 훨씬 큰 무덤을 만들면서 이웃부족이나 국가에게 과시를 한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쓸데없는 데에 인력을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함부로 이곳을 침략할 여지를 주지 않은 것이다. 어떤 때는 허장성세로 보일 수도 있다. 

낙산리 고분군을 올라가서 돌아본다. 매장은 수혈식(竪穴式)과 횡혈식(橫穴式)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움무덤에서 출발하여 돌널무덤·돌덧널무덤 등이 되었고,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돌방무덤·벽돌무덤이 있다. 

구미 낙산리 고분군은 1915년 일본 학자 구로사카[黑板勝美]에 의해 금오산 고적, 도리사와 함께 1차 조사가 있었고, 이어서 1917년 일본 학자 이마니시[今西龍]에 의하여 2차 조사가 있었다고 한다. 연차적으로 복원·정비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부대시설도 갖추어져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고분군은 역사적인 가치가 있다.

선사시대의 무덤은 각 시대 연구에서 취급하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경향이고, 고대국가(古代國家) 형성 이후(역사시대)에 속하는 무덤만을 고분이란 이름으로 다루게 되었다. 

영화 아저씨에서 나온 대사처럼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내일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오늘 소비를 조절하는 것이다. 내일 먹을 것이 없는데 오늘 과시를 하려는 사람은 없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어디다가 쓰겠는가. 이렇게 고분군을 만들어놓으면 그 시대에서 풍족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사람은 경제적인 과시를 통해 자신의 미래가 열려 있음을 보여주면서 역사 속에 그 흔적을 남기었다. 

이 무덤들은 당시 이 지역에 존재한 세력의 크기와 문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며 원래 낙산 일대는 가야시대와 신라 진흥왕 때 일선주(一善州)의 소재지로서 대규모의 가야, 신라고분이 밀집, 형성되어 있었다. 9기의 고분을 발굴하여 가야시대 등잔을 비롯하여 400여 점의 유물을 수습하여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박물관에 보관 중이라고 한다. 무언가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얼마나 쓸모없는 것에 돈을 지불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성에게 선물할 때 아주 실용적인 물티슈같은 것을 주면서 내 마음 알지?라고 해서 응 알아~ 고마워라고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헤어지자는 숨은 메시지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살면서 딱히 쓸모는 없지만 가격대가 있는 것이 함께갈때 응~ 고맙워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