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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4. 2023

오색 만경대(萬景臺)

동해의 척주팔경(陟州八景)의 하나를 만나다.  

한국 사람들은 칭찬에 인색한 편이다. 어떤 대상의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을 찾는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지 비판에는 능숙하다. 좋은 점을 많이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좋지만 연습이 필요하다. 어떤 곳을 가면 그곳에 경관의 디테일한 부분을 찾아본다. 많은 옛사람들이 그렇게 좋은 곳을 찾아다녔다. 자연 속에서 어떤 것을 발견하려고 했던 것인가. 

전국에 경치가 좋다는 곳에는 비슷한 이름이 붙어 있는 정자가 있다. 설악산, 인제군, 영양군, 북한등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정자이름이 동해시에도 있다. 바다로 물길이 들어가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만경대가 있어 찾아가 본다.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입지에는 시멘트회사가 있다. 저 회사가 없었을 때는 좀 더 좋은 자연경관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우측에 있는 낮은 산에 만경대가 자리하고 있다. 

바다경관을 보면서 트래킹 할 수 있는 곳이다. 만경대에서 저 안쪽까지 걸어서 가볼 수 있다. 

우측으로 약간의 산행을 해야 만경대에 가볼 수 있다. 정자 앞으로 내가 흐르고, 북평의 들과 넓은 동해가 한눈에 보이는 만경대는 1613년(광해군 5)에 김훈(金勳)이 세웠으며, 1660년(현종 1)에 허목(許穆)이 이곳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감탄하여 정자 이름을 만경이라 하였다고 한다. 

겨울이라서 시야는 금방 확보가 된다. 입춘이 되었으니 나무에서 물이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얼마나 좋은 것을 많이 보았기에 만개의 경치를 볼 수 있는 정자인가. 좋은 것은 만 개쯤 찾을 수 있을 때 삶이 더 다채로워질 것이다.  

가파른 길을 올라오면 조금 평탄한 길이 나온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경대가 있다. 만경대가 지어지고 난 후에 1786년(정조 10) 유한준(兪漢準)이 이곳에서 본 경치를 시로 읊어 현판에 남겼다고 한다. 

만경대의 동쪽은 동해바다가 자리하고 있고 서쪽에는 두타산이 있다. 북쪽에는 긴 해변에 소나무가 펼쳐지는 곳에 만경대가 있다. 앞서 보았던 강은 전천강으로 만경대는 삼척의 죽서루와 쌍벽을 이루었다고 한다. 현재 경대는 현재삼척 김 씨 부사공파 송정종중 후손들이 관리,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만경대에 대한 이야기가 비에 적혀 있다. 한자와 한글이 같이 만경대에 대한 역사이야기로 쓰여 있다. 

정자의 현판에는 만경대라고 적혀 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문구는 해상명구다. 공판 김원식은 상량문을 지었으며 한성부윤 이남식은 "해상명구(海上名區)" 현판을 걸었다. 이곳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다른 정자도 만나게 된다.  바로 동해 7 경인 호해정과 할미바위다. 

바다에서 동해시내로 들어오는 전천의 유입지와 맞닿은 지점에 위치한 호해정은 1945년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최덕규 등 40명의 주춘계원이 창건한 건축물이다. 

만경대에 비해 호혜정으로 올라가는 길은 조금 더 수월하다. 시간만 여유가 있다면 이곳에서 계속 걸어가면 애국가가 어울린다는 촛대바위가 나온다. 예전에는 더 좋은 경관을 볼 수 있었는데 1979년 동해항이 개항되어 옛 명사십리의 경관을 볼 수 없어 아쉽다는 글도 적혀 있다. 

좋은 것만을 보고 즐기고 맛보기에도 인생은 짧다는 말이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동해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에 벤치가 놓여 있다. 벤치에 앉아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마음의 수첩에 만개의 위시리스트를 써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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