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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28. 2023

슬램덩크의 배경마을

스토리의 중심이었던 에노시마 가마쿠라 (鎌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일본이 가진 힘은 색다름에 있었다. 한국의 곳곳을 누구보다도 많이 가보았지만 탄성이 나오면서도 풍광이 다른 매력을 주는 곳은 대부분 자연이었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바꾸어놓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었다. 한국 도시의 곳곳을 가보면 대부분 대동소이한 것이 차이가 많지가 않다. 어떻게 이렇게 비슷비슷하지란 생각이 들 정도다. 분명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지역마다 생활방식이 다를 텐데 이상하게 통일된 모습이랄까. 

일본이 가진 강점은 지역마다 다른 모습의 보존이다. 한국은 어떤 지역이나 거리가 뜬다고 하면 많은 지역이 그 콘셉트를 카피해서 비슷하게 만들어버린다. 사람들은 같은 모습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문화와 다른 풍경, 이야기가 읽고 싶기에 떠나는 것이다. 

이곳은 요즘 더 핫플로 떠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일본의 에노시마 가마쿠라라는 곳이다. 1억 부가 넘게 팔렸다는 슬램덩크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일본은 독특하게 다양한 잡지가 생존할 수 있는 곳이며 다양한 취향을 인정하는 나라이기도하다. 한국은 유명해지고 잘 나가는 몇 명의 스타에게만 몰빵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열차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발이 돼주기도 하지만 관광열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에노덴 전차인데 만화에서 등장하는 노면전차로 철로와 고등학교등을 지나쳐갈 수 있다. 2~4칸의 아담한 레트로스타일의 전차는 가마쿠라와 후지사와를 오가는 단선 협궤 전차다. 

단선이라는 의미는 속도도 빠르지 않지만 반대편에서 열차가 오면 한쪽으로 피해서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의 중심지인 오사카나 도쿄에 가면 신기하게 속도가 다른 수많은 열차가 그 시간을 맞춰서 모두 오간다. 

전차를 타고 지나가면 일본의 해안이 보인다. 마을도 보이고 신사도 보이고 바다풍경이 또 다르다. 바다는 역시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 

전차를 타고 가다 보면 이렇게 한쪽으로 비켜서고 다른 전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한국에는 이런 곳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덜컹덜컹 거리지만 이런 것이 레트로 감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도 수많은 기차역들이 있는데 폐역이 된 곳이 참 많다. 간이역을 잘 활용하면 재미난 모습을 연출할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근대건축물이 그냥 박제된 것 같아서 아쉽다. 

일본의 가나가와현은 도쿄 남쪽에 자리한 현이다. 현이라고 하면 한국의 도과 비슷한 규모일까. 가나가와현의 현재 인구를 생각하면 도보다는 큰 느낌인데 경기도보다는 인구가 좀 작기에 애매하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삼국시대나 고려, 조선등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전국시대처럼 지역마다 중심이 된 적이 있었다. 가마쿠라는 가마쿠라 시대(1185-1333) 일본의 수도였던 곳이다. 

일본 최초의 무사정권(1192~1333년)의 근거지가 있었던 도시로 1185년 미나모토 요리토모(源賴朝)가 수립했다. 즉 칼을 들고 설치는 사무라이들의 시작이라고 할까. 사무라이가 오래도록 특권층으로 자리하게 된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에도시대의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하치만구의 본당은 1828년 제11대 가마쿠라 쇼군(將軍)인 도쿠가와 이에나리徳川家斉)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앞으로 거대해지는 산업만을 제외하고 관광은 먹고사는데 중요한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일본은 동남아와 다른 지역색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도쿄만 입구의 인접한 가나가와현의 요코스카는 해군항으로 개발되었고 현재 미국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함대의 본부 역할을 한다. 한국에 무슨 일만 있으면 등장하는 그 7함대다. 

슬램덩크로 유명해진 이 지역은 역사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시작점에 이곳이 있었다. 조선보다 빠른 개항과 발전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개항이었다. 함대사령관 매슈 페리는 1853년에 가나가와에 상륙하였고 1854년에 일본의 항구를 미국에 개항하는 미일 화친 조약에 서명하였다.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게 한 요인이기도 하다. 

남쪽에 자리한 곳이기에 제주도보다 더 따뜻하다. 여름에 가면 덥다는 느낌을 많이 받지만 못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다. 

1711년 조선통신사가 에도(옛 도쿄)에 가는 길에 숙소로 머물렀던 ‘류호지’도 이곳에 있으며 전쟁 후 일본 점령 하에 연합군 최고사령부의 사령관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 가나가와에 상륙했었다고 한다. 

가마쿠라에 가면 바다 전망의 건널목을 거니는 전차 '가마쿠라 에노덴(에노시마 전철)'을 볼 수 있다. 슬램덩크 TV 만화영화 오프닝에서 주인공인 강백호가 가방을 어깨에 메고 있던 장면 나오는 그 전차를 타고 이곳에 내리면 바다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밀조밀 공간을 잘 사용하는 일본은 주차가 참 잘되어 있다. 한국이 본받아야 할 것은 모든 집이 주차공간을 갖추게 한다는 것이다. 빌라나 아파트를 지을 때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빌라가 밀집한 곳에 주차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무작정 대충 지어놓고 주차대수도 고려하지 않게 한 건축은 분명히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이곳에 먹거리로 무엇이 유명하냐고 묻는다면 생새우와 멸치다. 특히 시라스동(잔멸치덮밥)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데 맛이 담백하면서도 좋다. 

한국에도 이런 형태의 덮밥은 있긴 하다. 그렇지만 대중적이지는 않다. 잔멸치의 고소함과 밥의 오묘한 조화라고 할까. 사실 이 밥이 먹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일본 영화 바다 마을 다이어리 때문이었다. 

매일 소소한 일상들의 변화에 따라 바닷가 마을에 빛이 비치는 방식 속에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나타내 네 자매는 물론 카마쿠라 사람들의 성장과 변화를 소소하게 그려냈던 영화다.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숟가락을 잘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일본같은 경우도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을 사용해서 먹는다. 

세상에 자극적인 이야기만 넘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TV에서 보면 온갖 사기, 협작, 배신등이 넘쳐나는 세상 같지만 사람들이 그런 것에 관심을 가져주기 때문에 뉴스나 방송에서 그런 것만을 끄집어서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극적이지도 않다. 앞으로의 관광의 힘과 경쟁력은 스토리텔링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적이야기인지 모를 슬램덩크가 이렇게 롱런하는 것을 보면 자극적인 것은 순간이지만 마음에 닿는 이야기는 오래도록 이렇게 묻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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