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에서 망상과 동해의 바다로 가는 길
나이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몇 살쯤 되면 어른이 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신없이 살다가 자신의 바닥이 다져지는 때가 느껴질 때는 40이 되어야 비로소 감이 느껴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모두 들어가고 있는 이때에 예전보다 어른의 나이가 많아지고 있다. 잘 살고 있고 잘 살아낸 자신에 대해 감동해 본 적이 언제쯤 있을까.
자신이 낯설어본 것이 언제일까. 일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가운데 살아가면 스스로가 낯설어질 기회가 적어진다. 그렇지만 의외의 장소를 가면 스스로를 다시 느끼게 된다. 이곳은 동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고속도로의 동해휴게소라는 곳이다.
동해라는 도시가 이런 도시였다. 동해시의 앞에 감동의 감이 붙는다는 것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동해휴게소의 한편에는 갈매기에 대해 쓴 가장 일반적인 문구가 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것은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알 수 있게 된 사실이다. 굳이 힘들여서 높이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나중에야 알게 된다.
동해휴게소의 전망대에서 보니 아래 한옥마을이 보인다. 봄밤을 배경으로 야경이 있는 한옥마을은 야간명소라 불릴만하다. 정부는 2023년과 2024년 한국방문의 해라고 한다. 한옥마을 달빛여행을 하면서 테마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고 공연도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해휴게소에서 내려다보는 아래 풍경에는 야경이 펼쳐지지만 낮에는 맨 위에 동해고속도로부터 시작해 바로 아래에 7번 국도가 지나가고, 또 이어 밑에는 영동선 기찻길이, 그 하단에는 동해바다 뱃길이, 그다음에는 수평선 너머 하늘 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옆에는 바다가 보이는 동해휴게소 소망우체통이 있다. 요즘에는 우체통을 이용하는 것은 바로 시간을 이용해서 나중에 받게 해주게 한다. 필자는 10년 전의 나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필자가 있다. 과거로 보내는 편지를 보낼 수는 없지만 다시 10년을 생각한다면 새롭게 느껴지게 된다.
동해휴게소 아래 보이는 망상을 지나가는 동해~강릉 구간은 ‘영동선’으로 불리고 있지만, 곧 ‘동해선’으로 바뀌게 된다. 강릉과 동해의 경계지점에 무역항인 옥계항과 동해항에서도 여객선·화물선·함정 등이 수시로 드나들어 운이 좋으면 망상 앞 먼바다를 지나는 이 선박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동해휴게소자체의 높이가 높아서 쉽게 아래를 조망할 수가 있다. 동해에 한옥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우연하게 동해휴게소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서 야경을 본 것은 처음이다.
동해휴게소에서 내려와 IC에서 바로 망상해수욕장으로 발길을 해보았다. 망상해수욕장에는 사람이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뜨거운 여름날에는 이 시간에도 사람이 있겠지만 지금은 고요하기만 하다.
해양수산부의 시설 개선 대상 해수욕장으로 선정된 망상해수욕장에 국비와 시비 등 사업비 2억 원을 들여 내년 해수욕장 개장 전까지 야간 조명등을 추가 설치해 두었다.
망상해수욕장의 이 조명시설은 조금 독특한 것이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닮은 것처럼 보인다.
망상해수욕장에서 야경을 보면서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오면 계속 야경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색감의 조경과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에도 이쁜 조명이 설치가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낮에 바쁘게 동해바다의 해산물을 주고받던 묵호항도 조용하다. 이곳에 자리한 상점들은 모두 배 이름을 따서 만들어두었다. 어두워진 바다를 배경으로 배들이 가득 바다를 향해 있었다. 동해시 묵호항 수변공원 일원에 오션뷰가 가능하고 문화공간을 갖춘 ‘주차빌딩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오는 9월 착공, 2024년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10년 전 필자는 동해바다같이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것처럼 서 있었다. 물론 바다에서 빠지지 않고 서 있을 능력은 없지만 예를 들면 그렇다는 의미다. 배를 운전해 본 적도 없고 어떤 곳에서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지도 몰랐고 도와주는 선원도 없었지만 그렇게 세찬 인생바람을 받으면서 10년이 흘렀다. 충분히 훌륭하게 배를 잘 몰아서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던 나에게 칭찬하면서 동해바다의 야경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