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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6. 2016

광해

따뜻한 정치란

국가의 모든 권력이 하나로 집중되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부분도 적지 않다. 그 권력을 행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강제 병합했던 일본의 한반도 역사 왜곡 계획이 진행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뿌리인 역사에 대해 무관심해졌고 오히려 그 뿌리를 경시하는 분위기마저 생겨났다. 반면 한반도에서 유교를 받아들인 일본은 원래 자신들의 정치철학이었던 것처럼 받아들여 자기화하였고 이어 넘어온 서양과학도 그 속에 녹였다. 오랜 세월 동안 착실하게 다져온 정치철학에 올려진 원천기술은 일본을 강대국의 자리에 올려놓고 지금도 국제무대에서 그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500년간이나 지속해온 정치철학은 깨끗이 지워버리고 마치 새로운 나라처럼 대한민국이 들어섰으나 이미 일본이 덧칠하다 못해 누더기가 되어버린 왜곡된 역사 기반에 친일이 가면을 바꾼 채 기득권으로 변신했다. 정신을 중요시하고 지식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던 우리네 고유문화는 고루한 생각으로 치부되어버렸고 빨리 그리고 남들보다 잘 사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결과 수십 년간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단 한 세대를 제외하고 모두 그 과실을 맛보지 못했다. 


국가 최고 권력자는 아무나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아무나 올라가서는 안 되는 자리다. 그렇기에 조선의 순조 이후의 갑작스러운 왕위 교체기를 제외하고 모든 왕세자는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불과 3~4살의 나이에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시작하여 10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쉴 수가 없는 것이 왕세자가 될 사람 혹은 그 후순위에 있던 사람들의 생활이었다. 


조선시대 때 일본은 어떠했는가. 일본 역시 정치 철학이 중요했기에 그런 사람(주로 스님)을 옆에 두기는 했지만 최고 권력자는 조선 왕실과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 그 자리에까지 오르지는 않았다. 일본을 통일하고 한반도를 유린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유교 같은 정치철학이 중요한 것을 알고 도자기의 가치, 한반도에 담겨 있는 수많은 역사적인 유물의 소중함을 알았지만 칼로 일어선 자에 불과했다. 


워낙 성격이 치밀하고 꼼꼼한 데다 시대를 잘 타고난 덕분에 그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지만 정치적인 철학을 가지고 꾸준하게 세력을 키워온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도쿠아와 이에야스는 자신 주변에 있던 구정치세력을 모두 은퇴시킨 후 신참 다이묘, 행정 전문가, 승려, 유학자, 경제 전문가, 거상 등을 등용하여 상업, 경제, 행정 제도를 개혁하여 막부의 역사를 이어갔다. 

서두가 길었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반정에 의해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진 광해군과 연산군을 비롯하여 모두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그 과정을 이겨내지 못하면 적장자이며 장자라 할지라도 과감히 내쳐졌다. 일본의 식민지사관은 조선시대의 후궁을 두었던 왕실문화를 마치 후진적이며 도태되어야 마땅할 역사의 흔적으로 치부했다. 조선의 왕은 자신의 자리를 이을 후계자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어야 했다. 그렇기에 후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볼 수가 있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지도자의 자리이기에 아무에게나 그 자리를 물려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중 그런 치열한 제왕 수업을 받고 그 자리에 올라간 사람이 있었던가? 사서삼경이나 고전은 그냥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고 권력자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이해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만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영화 광해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국민들은 그런 군주와 지도자를 너무나 원하고 갈망하기 때문이다. 국민 한 명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기에 밤잠을 이룰 수 사람이 그 자리에 올라야만 한다는 것을 해학을 곁들여서 잘 표현했다. 

플라톤은 정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지배당한 다는 것이다."


광해에서 왕을 대신하였던 하선은 측은지심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제왕의 학문을 익히지 않았기에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적어도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백성들을 불쌍하고 가엾이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백성들을 보살필 필요도 없고 생각이 생겨나지도 않는다. 자신 한 사람과 주변 사람들만 잘되면 된다는 사람은 그냥 지방에서 이장이나 하면 딱 좋다. 아니 이장도 최소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광해에서 중전에게 자신의 정체를 발각당한 하선은 도망가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묻는 허균에게 광해는 약조한 것이 생각났다는 말로 대신한다. 모든 사람에게 약속은 너무나 소중하고 지켜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가의 최고 권력자의 약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냥 이뤄지면 그만이고 안 이뤄지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성심을 다해 지켜야 하고 지켜질 수 없다면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할뿐더러 후속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모든 권한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는 정부 부처 한 곳의 모든 사람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 당신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은 당신의 사사로운 사욕을 챙겨주려는 그런 비루한(?) 모습은 아닐 것이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리더와 관련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난다. 특정 계층을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다수를 대변하는 그런 생각을 해야 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치는 그런 것이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얻는 것에 진실됨이 없다면 정치가 아니라 협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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