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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27. 2016

13층

인간은 존재하는가.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의 존재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인간이 존재하는 것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데카르트는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자체가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까? 글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온 온갖 잡념과 이념 그리고 사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지우려 할수록 더 또렷해진다. 수많은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오면서 자신만의 생각이라고 구체화시킨다. 그 속에 수많은 오류가 있지만 그 오류는 보통 무시된다. 


영화 13층은 매트릭스와 트론의 적당하게 섞여 있는 느낌이다. 시뮬레이션 게임 개발자인 더글라스 홀은 기억을 잃고 깨어난 어느 날 형사로부터 자신의 직속 상사인 해넌 풀러의 살인 용의자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지워진 자신의 기억이 무엇이었는지 찾는 과정에서 가상세계와 현실은 그 경계선이 점차 모호해진다. 

해넌 풀러가 자신에게 남긴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직감한 더글라스 홀은 1937년의 가상현실 속의 캐릭터인 퍼거슨으로 들어가 본다. 영화 속에서 더글라스 홀은 1937년의 퍼거슨, 2024년의 데이비드 역할을 보여주는데 영화에서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심인물이다. 영화 제목으로 13층을 사용한 이유는 서양에서 13이라는 숫자가 서양에서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키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13층에서 의식은 실존하는 육체와 연결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 아닌 전자 인격체로서 존재하는 느낌이다. 

인간적이라는 말이나 인간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어디까지나 육체가 있고 그 육체에 하나의 정신만이 깃들어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만약 가상의 여러 존재들을 만들 수 있고 의식은 어디에나 옮겨질 수 있다면 도덕적일 필요가 있을까? 영화 속에서 해넌 퓰러는 아무렇지 않게 여러 여자들과 무분별한 성관계를 가지고 데이비드는 가상세계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른다. 지금 게임 속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현실감을 가지고 의식을 가지게 된다면 그들에게 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죄를 할 수 있는가? 아니 최소한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것인가. 


AI가 이미 실생활에 깊숙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AI가 인공지능이라는 한계를 넘어 인격체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면 혹은 인간과 유사한 신경망을 가진 존재가 된다면 그 존재는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법이 기술의 발전에 한참 뒤처지기 때문에 멀지 않은 미래에서 수많은 문제의 소지를 안게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초의 인공지능은 1956년에 하버트 사이먼과 앨렌 뉴웰에 의해 개발이 되었고 이후 딥 블루, 왓슨, 알파 고등이 등장하면서 복잡한 신경망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13층은 가상세계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볼만한 스릴러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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