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Dec 22. 2016

마스터

작위적인 해피엔딩

화려한 캐스팅이 화제가 되었던 영화 마스터가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병헌이 출연했던 사회 부조리를 담은 영화 내부자들 덕분이었을까? 사람들의 관심이 마스터로 쏠렸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다단계 사기를 치고 달아난 조희팔을 연상시키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관객들의 카타르시스 해소에 너무 많은 공을 기울인 탓일까? 조금 작위적인 냄새가 나는 듯하게 마무리되었다. 


마스터에서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의 연기력을 보면 역시 명불허전의 이병헌과 시종일관 진지한 강동원, 허세와 가벼운 캐릭터 김우빈이 적당하게 어우러지는 듯하다. 자신 혼자만 잘되려면 원이고 다른 사람까지 모두 잘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가 붙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개소리에 투자자들은 환호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현실보다 꿈을 믿고 산다. 특히 다단계 혹은 합법적으로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들은 그 정도 배당을 해줄 수 있는 사업 실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희망을 담보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그들이 사업한다는 것을 보면 모조리 허상이고 수익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더 문제시되는 사업을 한다. 


원 네트워크의 진 회장은 마지막 한 방을 위해 저축 금융을 인수하려는 액션을 취한다. 사실 금융감독원이 있는 이유는 국민들을 위해 돈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던가 은행을 감독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감독하는 시늉을 할 테니 고객들은 뱅크런(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는 현상)이나 다른 마음먹지 말고 돈을 잘 맡겨두세요라는 것이 조직의 존재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금융감독원장과 협작을 통해 진 회장은 가능하지 않은 저축 금융을 인수한다는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그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김재명이 있었으니 그의 앞길도 순탄치가 않다. 

원 네트워크의 전산실장 박장 군은 뭐 대단하지도 않은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 시스템의 실체는 누가 돈을 투자하면 떼줄 거 떼주고 수익 챙겨주면서 회사가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돈 유입을 계산해내는 것이다. 그 계산 방식에 따라 조직은 열심히 돈을 끌어들여야 한다. 네트워크 다단계가 망하는 이유는 돈이 마르기 시작하는 기미가 보이면서 사람들의 의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김재명은 박장 군을 끌어들여 진 회장을 잡고 그 뒤에 있는 유력 정치인을 잡으려고 시도한다. 여기서 진 회장이나 박장 군은 현실적이지만 김재명 팀장과 그 위에 있는 경찰청장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경찰청장이 되는 사람은 매우 정치적이지 정의로운 사람은 없다. 물론 원래는 그런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야겠지만 말이다. 

일이 꼬이고 꼬여서 진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일이 풀리지 않자 조희팔이 했던 것처럼 회사를 날려버리고 해외로 도주한다. 그리고 죽었다는 쇼를 한다. 마지막 기착지인 필리핀 마닐라에서 희망찬 도시계획을 제시하며 다시 한번 한 탕을 꿈꿈다. 진 회장 손에 있지 않지만 이곳저곳 차명 계좌 등에 숨겨놓은 돈이 3조 원이다. 3조 원을 넣는 척하면서 필리핀 마닐라에서 3조 원을 끌어내 챙겨 도망치는 플랜이다. 

아무래도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김재명 팀장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에 옆도 보지 않고 뛰어간 사람들의 특징은 무척 권력욕이 강하고 어느 위치에 올랐을 때 더 쉽게 권력에 물들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 최근의 사례나 과거 청와대, 정부, 검찰 등에 있었던 출세지향적 사람들이 그런 성향을 띄고 있었다. 


영화 마스터는 내부자들처럼 묵직한 메시지 같은 것은 없다. 사회 부조리를 그려낸 것 같지만 그건 영화를 장치였을 뿐이다. 그냥 오락영화라고 즐기면 좋을 듯하다. 이 영화를 잘 살려낸 것은 역시 이병헌이었으니..



매거진의 이전글 지도자의 자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