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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8. 2023

땅의 사과 : 감자

해풍 품은 올해 감자를 만나는 제22회 팔봉산 감자축제

인류가 기적적으로 곡물의 생산량을 늘리게 된 것은 바로 질소비료의 발견이었다. 보통은 질소비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었다. 공기로부터 질소를 분리하는 방법은 독일의 물리화학자 하버가 1915년 암모니아합성법을 성공하면서부터였다. 그만큼 땅에 질소를 공급하는 것은 식량 생산량에서 큰 과제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작물 중에 이중결합 질소를 거의 요구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감자다. 춥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맛있기까지 한 감자는 매력 있는 작물이다. 

이곳은 어디로 가는 여정이냐면 바로 팔봉산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팔봉산자락에는 도농교류센터도 자리하고 있는데 이 부근에서는 이맘때쯤 감자축제가 열린다. 

서산의 팔봉산은 바로 감자가 유명하다. 감자는 북에서 유입되었다고 해서 조선시대에 북저라고도 불렀으며 북한 지역에서는 감자를 고구마라고도 부른다. 영어권에서 감자는 Potato라고 부르며 프랑스어로는 땅의 사과라는 의미로 Pomme de terre라고 부르고 있다. 

서산 팔봉산은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산중에 하나다. 산의 형세가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9개 마을을 품에 안은 듯 정기 있게 솟아 있으며, 산의 명칭은 여덟 개의 산봉우리가 줄지어 있는데서 유래되었다. 

그렇게 재배하기도 좋고 생산량도 높은 감자이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덩이줄기로 자라기 때문에 병해가 있으면 한 마디로 모두 싹 쓸어버리듯이 전멸해 버린다는 점이다. 모든 것에는 장점이 있듯이 단점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게 된다. 

팔봉산은 높지는 않은 산이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산이다.  팔봉산 감자는 서해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서산 팔봉산의 오염되지 않은 사질 양토에서 풍부한 일조량과 해풍을 맞고 자라 맛과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팔봉산감자축제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풍물패 공연을 시작으로 감자 기네스(길게 깎기, 새총게임 등), 감자골 노래자랑, 즉석 경매, 축하가수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만나볼 수 있다. 

전에는 없었던 무대와 공연장, 편의시설이 거의 공사를 마무리한 채 감자축제를 기다리고 있다. 감자 외에도 지역 우수 농산물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농특산물 판매장도 운영하며 다양한 감자요리를 맛볼 수 있는 먹거리장터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감자는 또 다른 큰 변화를 만들기도 한다. 아일랜드에서 감자는 주식으로 사용되었는데 1847년 아일랜드에서 감자가 감자역병으로 전멸하면서 아일랜드인 약 100만 명이 굶어 죽었는데 이때 잉글랜드에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큰 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많은 아일랜드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미국인들의 주축을 이루게 된다. 

서산 팔봉산 축제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감자는 맛있기로 소문난 감자다. 감자는 먹을 수 있는 덩이줄기 부위를 제외하면 모든 부위가 독성을 띤 독초여서 초기에는 일반 채소인 줄 알고 이파리만 먹어서 병을 앓은 사람도 많았다. 화성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극한의 행성이긴 하지만 춥고 척박한 환경에도 문제없고, 온도의 변화에 민감한 다른 작물들보다도 안정적이고 온도와 수분과 토양 등 기초적인 환경만 갖춘다면 무리 없이 자라는 적응력으로 영화 마션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했었다. 

벌써 다음 주면 팔봉산에서 감자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팔봉산 감자는 2013년 엄격한 심사를 거쳐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지리적 표시품으로 등록되고 2015년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돼 있다.

얼마 전 지인과 식사를 하면서 감자튀김을 먹을까 말까를 고민했었는데 그만큼 감자는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많은 연관이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날 것만을 먹으며 살았던 골룸에게 샘 겜지가 감자의 매력을 무척이나 잘 어필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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