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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9. 2023

글수박이 익다.

미당시 문학관에서 생각해 본 익어가는 글의 의미

잘 익은 수박이란 어떤 것일까. 너무나 잘 익어서 과육이 입안에 무너지듯이 설설한 수박일까. 적당히 익어서 시원한 맛과 단맛을 느끼면서 식감도 느끼게 하는 것일까. 너무나 많이 익어도 맛이 없고 설익어도 맛이 없다. 딱 적당하게 익어야 좋은 것이 수박의 매력이다. 너무 많이 가도 좋지 않고 미치지 못한 것도 좋지가 않다. 차라리 넘치는 것보다 미치지 못한 것이 가능성이 있어서 더 좋다. 글 역시 그럴 때가 있다. 

여름의 대표적인 과일 수박이 맛있기로 유명한 고창에는 미당시 문학관이 있다. 사람이 쓰는 글과 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이다. 고창하면 동학농민운동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해 어찌 가진 것과 가지지 않은 것을 구분하겠는가. 

고창의 미당시 문학관에는 미당 서정주의 삶과 함께 그의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이 기념관은 고향의 생가와 묘역 근처에 있어서 더욱 뜻깊은 공간이며,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새롭게 단장하여지었으므로 친환경과 배움의 건축미학을 지향하고 있다.

사람의 삶을 단순히 평가하기는 쉽지가 않다. 모든 것에 작용과 반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0이라는 숫자는 참 묘하다. 오래전에는 숫자에 0이 없어서 숫자가 10번 반복하고 100번 반복하고 1,000번 반복할 때 다른 표현을 썼다. 

미당시 문학관으로 오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데 이곳을 걸어서 올라가면 미당 서정주의 시들을 볼 수가 있다.  생명 탄생의 힘든 과정을 상징하는 봄에 처절하게 우는 소쩍새, 여름의 천둥, 가을밤의 무서리는 화자 자신의 잠 못 이룸과 더불어 한 송이 국화꽃과 신비스러운 인연을 쓴 국화의 시를 보면 불교에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0이라는 숫자는 고대 숫자에서 중앙아메리카의 마야인들에게서 발견할 수가 있다.  1을 나타내는 점과 5를 나타내는 선분, 그리고 0을 나타내는 조개껍데기 모양의 타원 등의 세 가지 기호를 썼는데 이는 다른 지역과 다른 방식과 기호였다. 

1936년 등단 이후 무려 64년에 걸친 장구한 시작 생활을 통해서 950편의 시, 15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모국어의 연금술을 보여주었다는 사람이다. 

자신의 기록을 후대의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지금이야 디지털로 모두 남겨지는 세상이기 때문에 용이하지만 오래전에는 그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에게도 군대에 있었을 때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남아 있다. 손으로 쓰는 것보다 키보드로 쓰고 스마트폰으로 쓰는 것이 훨씬 많은 요즘 종이를 만지는 것은 책을 읽을 때뿐이다. 

고창에서는 선운산 도립공원 일원에서 제20회 고창 복분자와 수박축제가 6월 16일에서부터 18일까지 열린다. 1974년부터 시작한 고창지방의 야산개발은 6000여 ha의 전국 제1의 광활한 면적으로 당초 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소득이 낮아 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수박을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고창수박의 시작이었다. 

맛있어 보이는 수박을 먹기 좋게 잘 잘라서 담아서 지인에게 가져다주었다. 수박은 소리로 알 수 있고 표면에 수박줄과 신선함을 알 수 있는 줄기로 고르기도 한다. 글이라는 것도 마음에 넣었을 때 아삭거리면서도 시원하고 시원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그런 맛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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