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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9. 2023

새로운 도시 Citta Nuova

평지에서 열리는 새로운 도시의 신리성지

추리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아서 코난 도일은 다양한 스타일의 소설을 가끔씩 쓰기도 했다. 지금 잘 알려진 킹콩이라는 영화는 사실 셜록 홈스의 작가 아서 코넌 도일이 1912년 발표한 '잃어버린 세계'를 각색한 것이다. 그 소설은 1925년에 무성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당시엔 어마어마한 시각적 충격이었고 영화 역사상 최초의 공룡괴수영화로 기념비적 위업을 세웠다. 이 영화는 1933년에 킹콩으로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서 개봉이 되었다. 공룡이 킹콩으로 바뀌었을 뿐 백인 여성과 러브라인이 추가된 것이 다른 것이다. 

종교는 삶의 철학이다.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굳이 다른 종교에서 찾을 것은 없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다면 다른 종교에서 전해지는 말이나 의미는 그냥 여과 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그냥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어떤 것을 느낄 수 있느냐는 자신만의 몫이다. 사람과 어울려서 한 공간에서 무언가를 들을 필요도 없고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다. 

2023년은 여행 가는 달로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대한민국은 절찬 여행 중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자신만의 여행 버킷 리스트를 완성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 된다.  

이맘때에 신리성지를 찾은 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해지지 않은 초록의 길과 그 사이로 걸어보기 위함이었다. 마천루가 즐비한 대도시도 좋지만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는 공간을 돌아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다. 

치타 누오바(Citta Nuova)는 이탈리아어로 새로운 도시라는 뜻으로 성지 이름인 신리와도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성지 안의 옛 양곡 창고를 고쳐 순례객과 주민, 관광객을 위한 쉼터와 미술관, 카페 기능을 갖춘 ‘치타 누오바’가 자리하고 있다. 1871년에 시카고 대화재(the Great Chicago fire)가 있었는데 19세기 미국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 중 가장 큰 규모였으며 시카고 도심을 완전히 파괴한 대재앙이었다. 

이곳이 치타 누오바라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열대의 느낌이 나는 음료를 하나 주문하였다. 신리성지는 내포평야를 흐르는 삽교천의 상류에 있으며, 다블뤼 주교 은신처, 성인들의 경당, 순교자기념관, 순교미술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신리는 새로운 도시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미국의 빌딩이 즐비한 마천루 시대는 대화재로 사라졌던 곳에 최초로 건축이 된다. 6층이상의 건물은 엄두도 못했던 당시 1885년 윌리엄 르바론 제니는 지상 55m 높이의 홈인슈어런스 빌딩을 건축한 것이다. 생각해보자 더 높이 지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매일 6층을 걸어서 오르고 내리고하는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소공녀나 재투성이 소녀들이 건물의 꼭대기에 살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녀들이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행복했다는 표현은 본 기억이 없다. 현대식 승강기를 개발한 엘리샤오티스의 협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지금 엘리베이터를 잘 살펴보면 Otis라는 상호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당시 유럽식 건축을 벗어나 즐비한 마천루가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은 신세계 미국의 얼굴이었다. 유럽에 뒤떨어져 있다는 인식을 가진 미국인들의 자존감이 세워진 것이다. 

대형창고였던 곳을 개조하였기에 탁 트인 것이 이곳의 상징이다. 탁 트인 곳에서 사방으로 열린 창으로 보이는 논들이 이곳의 매력이다. 치타 누오바는 바로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산텔리아가 희망찬 상상력을 발견하여 1914년에 ‘미래주의 건축 선언’을 하며 ‘새로운 도시’(Citta Nuova)를 위한 건물 설계도를 발표한다. 

날씨가 좋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좋은 날이었다. 그렇게 거대했던 킹콩조차 작은 미물로 만들어버린 빌딩은 바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었다. 미래적이며 새로운 유토피아 뉴욕을 전 세계에 알린 영화였다. 알다시피 킹콩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다.  “비행기가 킹콩을 죽인 것인가?” 옆에 있던 남자 주인공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한다. “아니다. 미녀가 야수를 죽인 것이다.”

안토니오 산텔리아가 상상한 미래 도시는 외부로 노출된 승강기와 에스컬레이터를 기반으로 다층 복합 건물이 하나로 통합되는 거대 도시였다. 낙후된 이탈리아를  뉴욕과 같이 혁명적이고 미래적인 시공간으로 순간이동시켜 줄 것 같았고, 그것은 르네상스의 찬란한 과거에서 더 나아가기를 원했다. 지금의 대형 쇼핑몰이나 기차역, 공항 등의 거대 복합 건물은 그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 역시 건축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산텔리아는 자신의 상상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1차 세계대전에 자원입대하여 전사한다. 건물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치타 누오바는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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