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증조부 집인 안동 진성 이 씨 주촌종택
나무는 자랄수록 태양빛을 받을 수 있는 가지를 뻗어나가게 된다. 다른 가지에서 광합성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가지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 가지가 인맥이 될 수도 있고 투자대상이 될 수도 있으며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 돈에 대한 관점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다른 글에서도 언급이 되기도 한다. 이곳은 퇴계 이황 선생의 증조부 집인 진성 이 씨 안동 주촌종택 경류정이다.
얼마 전에 생일이 있어 어머니와 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고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한 집안에 고택이 있다는 의미는 그 집안에서 최소한 100여 년 이내에 높은 벼슬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높은 벼슬에 오르지 않거나 집안의 땅이 없다면 고택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중국에서는 향나무를 아주 소중하게 여겨 '보배 같은 소나무'라는 뜻의 보송(寶松), 둥근 측백나무라는 의미로 원백(圓柏)이라고 불렀는데 이곳에는 행랑채 옆에 약 600살의 천연기념물 뚝향나무가 있다.
한 집안이 일어선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가 않다. 집안과 집안이 만나 대를 이어가는데 한 집안이 가난하거나 미천하다면 보통은 미천 한쪽으로 점점 기울기 마련이다.
이 집안의 향나무는 세종 때 선산 부사를 지낸 이정(李楨)이 평안북도 정주 판관으로 약산성 공사를 마치고 귀향할 때 가지고 와서 심었다고 한다. '훈민정음해례본'은 한글의 제자원리가 어떻게 구성됐는가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우리 문화재로 이곳에서 그 훈민정음해례본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집안에 노송들이 있고 꽃들이 피어 있는 이 풍광이 고택의 매력이다.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사람에게 상당히 중요하다. 사람은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파트로 주거가 옮겨가면서 사람들은 TV나 스마트폰에서 변화를 찾는다.
이 고택은 조선시대 이 지역 사대부가의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전형적인 종택 건물로 당호인 경류정(慶流亭)은 퇴계 이황이 지었다고 한다. 국가 민속문화재 제291호이다. 금학산 기슭에 남향집으로 지어진 종택은 본채와 정침, 별당 경류정, 사당, 사랑채로 구성돼 있다.
멋들어진 향나무가 고택에 정점을 찍고 있다. 향나무의 높이 3.3m, 가지의 길이는 동쪽으로 5.8m, 서쪽으로 6.3m, 남쪽으로 5.5m, 북쪽으로 5.7m이다. 곧게 자라지 않고 옆으로 퍼지면서 자란다. 천연기념물 제314호로 지정돼 있다.
향나무에는 높은 산에서 강한 바람을 받아 누워서 자라는 눈향나무, 우물가에 주로 심는 뚝향나무와 전라남도 순천 송광사 천자암의 곱향나무로 알려진 쌍향수가 있다. 향나무는 스스로를 태워서 향기롭게 만들고 어지러운 기운을 정화하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의 전형이다.
면적이 상당히 넓은 고택의 곳곳을 관리하려면 손도 제법 갈듯 하다.
사람에게도 맑고 싱그러운 향을 품기는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다. 대를 이어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이어진 생각은 미래에 더 중요한 가치가 되지 않을까. 자본주의는 풍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지만 향나무처럼 자기를 찍는 도끼에도 향을 묻힌다는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