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존재해야 될 이유를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수많은 대책을 내놓아도 높아지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국가의 관점에서 아이가 태어나야 하는 이유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을까. 개개인의 행복이나 일상적인 가정의 보기 좋은 모습 같은 것을 원해서일까. 국가의 성장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산적인 존재일까. 사람은 자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아서 살아간다. 자신이 존재해야 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오래간만에 다시 보았는데 생각의 관점이 달라지고 나서 보니 안 보이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그렇게 다가올지는 몰랐다. 영화 속에서 리플리컨트는 오프월드 개척을 위해 타이렐사에서 제작한 복제인간이다. 우월한 힘 덕분에 이상적인 노예였지만 연이은 폭력 반란 이후로 생산이 금지되고 타이렐사는 파산한다.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생산적인 노예로서의 역할을 한다. 물론 인간성과 생명의 가치등을 거론하지만 생각한다는 것을 제외하고 우리가 소나 돼지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관점에서이다. 인간이 때론 아이라고 칭하면서 기르고 있는 소, 돼지, 닭등은 누군가가 주어진 생명의 시간만큼 살지 못한다. 가장 생산적인 시기에 도축이 된다. 이제 일반적으로 인간사회에서 필요한 시기는 20~60세까지의 생산가능한 존재다. 그걸 직감하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사람은 그 의미를 알고 있다. 그런 존재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어떤 달콤한 말로 유혹한들 그렇게 하겠는가.
도시공학자로서 미래의 도시는 상당히 편리해질 것이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상당히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행보는 완전히 자본주의 기계의 모습이다. 그에게 인간적인 모습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돈만 추종한다면 상당히 대단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그는 사람을 사람처럼 대하지도 않고 그렇게 보지도 않을 것이다. 미래에 사회는 더 삭막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자원을 앞당겨 쓰듯이 우리는 많은 돈을 끌어다가 지금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 불균형의 풍요를 해소하는 방법은 지금 하는 일을 대신할 더 많은 노예를 만드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의 돈을 가져오는 방법이나 아주 적은 돈을 주어도 일할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외로운 추적의 길을 걷는 캐릭터 ‘K’는 독특한 존재이다. 한 기업의 자본과 가치가 국가를 넘어선 지가 오래되었다. 개인적으로 애플폰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애플이라는 회사와 같은 거대한 회사가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무리 국가가 있고 법이 있지만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자본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태어난 존재 ‘인간’과 만들어진 존재 ‘리플리컨트’를 둘러싼 이야기 속에 우리는 과연 동남아등의 외국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영화 속에서 아나 데 아르마스가 역할을 맡은 조이는 말 그대로 대화형 AI의 역할을 맡았다. 테슬라의 유료모델처럼 돈을 주면 계속 업그레이드가 된다. 인간이 인간답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생각의 깊이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아니 2049년이 되어도 기계가 사람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고통이나 상실, 배려, 공감등으로 만들어지는 인간일 것이다. 주변사람들에게 글이나 책의 가치와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인간적인 존재를 보기 위해서였다. 돈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인간성은 누구나 발휘할 수 없다. 앵무새처럼 모든 사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영화 속 조이 같은 존재들이 충분히 할 수 있다.
법적인 한계를 넘어서기만 한다면 기술적으로는 리플리컨트 같은 존재를 만들어서 경제의 동력을 만들 수가 있다. 지난 20년 호황을 누렸던 전 세계는 중국을 그런 나라로 활용을 해왔다 Made in China는 냉정하게 말하면 Made in Android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는 중국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생활수준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없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생활용품이나 먹고 마시는 것들이 저렴하기만 하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그들도 사람이었고 더 이상 저렴하게 생산해 줄 존재들이 아닌 시기에 와있다. 게다가 그들은 전 세계가 소비하는 것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만들어냈던가. 그들은 이제 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할지는 정해진 것은 없지만 분명히 보이는 것은 블레이드 2049가 보여준 미래는 그렇게 멀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은 더 인간답지 않은 돈을 지향하며 오히려 가상인간인 조이가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아이러니다. 생각하는 존재인 인간이 더 없어진 사회, 그냥 매일 하는 이야기를 기계처럼 떠는 존재가 많은 세상에 충분히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영화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한 사람, 한 가족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 사회를 유지하고 경제적으로 유의미할 때이다. 이미 자본권력이 사람의 가치를 넘어섰지만 적어도 대놓고 사람을 불쏘시개처럼 희생시키지는 않는다. 영화 속에서 유일한 대화상대이면서도 가사의 일부분을 해주는 구독모델인 AI 조이는 사람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공감과 소통의 대상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렌털이라고 하는 구독모델등은 전방위로 확대되어 갈 것이다. 즉 돈을 벌지 못하는 순간 자신이 누리던 것이 모두 사라진다는 의미다. 사라지는 것을 넘어서 위약금의 형태로 일상생활을 옥죌 것이다. 지금도 인도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서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살상을 하고 있다. 똑같아 보인다고 해서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건 인식의 차이일 뿐이다. 극대화된 자본사회에서 사람은 생각만큼 가치가 있지 않다. 쓰고 버려지는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