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Aug 01. 2023

크리미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기억일까. 

뇌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신체 부위다. 시간을 기억하면서도 명확하게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선악을 구분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조차 매우 주관적이다. 때론 상처받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을 담기도 하지만 쉽게 왜곡하기도 한 기억에 의해 그 사람의 현재가 증명되기도 한다. 요즘에 범죄와 관련된 뉴스나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다. 과연 범죄자는 교화가 가능할까. 사람의 기억을 바꾸게 되거나 다른 기억을 넣게 되면 그 사람은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일까. 


영화 크리미널은 CIA 에이전트인 빌이 워싱턴, 베를린, 베이징을 폐허로 만들 반정부 테러조직의 배후를 추적하던 중 그들에게 쫓기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지만 그의 기억과 능력을 뇌에서 뽑아내 강력범으로 수감 중인 제리코에게 이식에 성공한다. 누군가와의 행복했던 과거는 현재에도 유효한 것일까. 그의 기억을 이식받은 제리코가 과연 그녀와의 행복했던 기억이 체감이 될지 모르겠지만 영화 속에서는 그녀와 딸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아있는 듯 보였다. 

우리가 겪었던 경험이 기록된 뇌의 기억은 파편적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더 많은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고 적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순서나 기억의 조각은 퍼즐처럼 맞추어지기 마련이다. 뇌과학은 그 사람이 가진 기억이 어떤 존재를 만드느냐를 연구한다. 물론 심리학적으로 풀어내기도 한다. 프로이트나 융, 알프레드 아들러는 심리학자이지 기억에 대한 과학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학자는 아니었다.  

기억이 이식되기 전에는 사람에 대한 공감이나 사랑 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강력법 제리코는 그녀와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던진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의 뇌에 기억이나 어떤 정보를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다. 사람의 뇌 역시 모두 밝혀지지는 못했지만 전기적으로 어떤 신호를 가져오고 저장하고 때론 버려지기도 한다. 버려진 정보나 기억들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덮이고 지워지게 된다. 우리가 PC를 사용하닥 포맷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복원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영화는 테러범을 찾기 위한 미션을 그렸지만 과연 기억이 사랑하는 사람을 계속 기억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었다. 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보호하려는 것일까. 그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의미가 부여되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존재의 이유를 가지게 된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나 방송에서 많이 떠들기 전에 미국의 프로파일링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접해본 적이 있다. 범죄라는 것은 결국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해하는 것에서 비롯이 된다. 그 사람의 현재 심리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 과거기억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면 사회는 조금 더 안전해지지 않을까.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 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펜하이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