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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3. 2023

연필로 쓰인 동해

해당화가 어울리는 동해의 연필 뮤지엄

데생을 배우기 위해 요즘 연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곳에서 활동을 한 덕분에 HB, 3B, 4B연필이 모두 집에 있었다. 전에는 별생각 없이 바라보았던 지우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학창 시절이 지나고 나서 연필을 쓸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연필을 사용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패드를 통해 쉽게 그림을 그릴 수가 있지만 연필로 그리는 그림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왜 사랑은 연필로 쓰라고 했는지 조금은 이해하기 가기 시작한다. 

미국에서는 하이멘 리프먼이라는 화가 지망생이 있었다. 그는 19세기의 인물인데 가난해서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들을 부족했다. 그는 데생 작품을 판 돈으로 생활비를 마련했는데 지우개를 잃어버려 그림을 완성하지 못한 날이 많았다고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지금은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졌다. 앞서 말했던 하이맨 리프먼은 거울을 보다가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에서 연필을 지우개를 부착하는 것을 착안하게 되었고 연필 끝에 지우개를 붙인 후 양철 조각으로 고정시켜 사용하기 시작했다. 1858년에 그 연필을 특허출원했고 4년 뒤인 1862년 조셉 레켄도르퍼라는 사람에게 10만 달러에 그 권리를 팔았다고 한다.  

동해시의 연필 뮤지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가 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현재 존재하는 사람도 있다. 연필을 직접 사용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디즈니 영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이곳에는 디즈니의 많은 캐릭터가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엘리멘탈에서는 성격이 불같은 불의 사람 앰버는 공감 능력 흘러넘치는 물의 사람 웨이드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제대로 바라보고 솔직하게 드러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연필뮤지엄의 가장 높은 곳에는 해당화의 이름을 사용한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해당화의 꽃말은 이끄시는 대로다. 모래밭에서 주로 자라는 해당화처럼 연필이 이끄는 대로 이곳을 돌아보면 된다. 

흑연은 가장 부드러운 점토를 활용하여 연필로 만들어지게 된다. 1,000도 이상의 고온에 구워 왁스를 발라 코팅하게 된다. 약 10년 전인 2014년 남극에서 영국 스콧탐험대의 일원이었던 조지 머리 레빅의 수첩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1911년에 그곳을 가다가 쓴 그의 수첩은 눈이 녹으면서 103년 만세 세상에 드러났고 완벽하게 복원되었다고 한다. 

연필을 쉽게 지울 수도 있지만 아주 오랜 시간 남을 수도 있다. 쉽게 사용할 수 있어도 어떤 글이나 그림을 쓰고 싶은지에 따라 오래도록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피어나는 주홍빛 해당화의 무리를 마주하고 있으면 애달픈 사연을 묻어둔 여인의 넋의 해당화처럼 글들이 이곳에 묻어 있다. 

해당화는 이름 그대로 바닷가 모래사장이 바로 그가 좋아하는 고향 땅으로 동해의  넓디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금물투성이의 모래땅에 뿌리를 묻고 산다. 해당화의 꽃말처럼 이끄는 대로 가보는 것도 좋다. 

카페에서는 동해시를 한눈에 조망을 해볼 수가 있다. 마시기 좋은 차를 주문해서 잠시 앉아서 동해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연필 하나를 들어본다. 

연필 뒤에 붙어 있는 지우개처럼 어떤 가벼운 것들은 지워야 할 때가 있다. 연필로 무언가를 그릴 때는 지울 것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삶의 그림이 그때는 아름다워 보였을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모습을 다르게 바꾸어야 할 때가 있다. 연필이 있으면 지우개가 필요하듯이 삶의 실루엣도 바꾸어야 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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