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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9. 2023

뜨거운 것이 좋아.

다른 문화를 흡수하는 오래된 방식의 포스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영화 같은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할리우드와 같은 미국의 영화를 접하려면 극장이 아니고는 좀처럼 쉽지 않았던 것이 50~60년대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가구별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비디오테이프인 VHS와 같은 가정용 비디오 방식이 등장하면서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조차도 없는 집은 비디오가게에서 대여를 해서 볼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 시기가 얼마나 되었을까. 저품질의 영상이 저장된 CD와 블루레이, DVD가 나오면서 고화질의 영화콘텐츠를 개인이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지금 대전 0시 축제가 열리는 대전 구도심거리에 자리한 대전시립미술관 창작센터에서는 여오하의 얼굴, 거리의 예술 : 1950~1960년대 한국의 외국 영화 포스터전이 열리고 있었다. 대전시는 오는 9일 오전 5시부터 18일 오전 5시까지 9일간 대전역~옛 충남도청 거리, 중앙로역 앞 NC백화점 인근, 중앙시장 인근 등 모두 5개 구역을 차 없는 거리로 설정, 차량 통제를 하며 대전 0시 축제가 열린다. 

영화는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거리의 예술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전달한다. 그 시대의 영화를 보면 그 시대의 생활상을 넘어서 가치관과 거리의 모습을 넘어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가 있다. 올해 열리는 대전 0시 축제도 언젠가는 새로운 콘텐츠이자 영화의 얼굴로 등장할 수 있을 날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런 관점으로 보지 않지만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50~60년대에는 한국전쟁 이후 화폐화된 거리를 화려한 색채로 장식해 주던 예술작품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영화와 전혀 다른 모습이면서 할리우드 시대를 활짝 열었던 외국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였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적지 않았던 시대에 검열이 강화되었기에 외화 수입뿐만이 아니라 포스터를 제작하거나 영화제목을 정하는 것은 많은 제약을 받았다. 이곳에 걸린 영화포스터를 보면 그 시대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한국보다 시장이 컸던 일본에서 영화를 먼저 개봉하고 일본 상영시 제작된 영화 포스터를 바탕으로 사용된 문구를 우리말로 번역하고 일본 포스터의 글씨체를 모방한 글씨체로 포스터를 제작했다고 한다. 

영어는 많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한글, 일본어, 한자가 혼용되어 지금 포스터의 모습과는 다른 묘한 모습과 영화 속 배우들이 사진과 그림의 중간쯤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에 걸린 영화 포스터의 제목들을 보면 영화의 내용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물론 배우들의 모습이나 영어를 한글로 번역한 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직관적이지는 않다. 

이곳에 걸린 포스터 중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가 있었다. 가스등이라는 영화다. 영어로 Gaslight라는 영화는 지금 한참 이슈화되고 있는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정착화한 영화다. 주인공인 폴라는 세계적인 성악가인 이모 앨리스 앨퀴스트가 죽자 거액을 상속받는다. 유산을 노리고 폴라와 결혼한 남편 그레고리는 폴라가 남편이 선물한 브로치를 잃어버리거나 그림을 훔친 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의심하고 몰아가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는 그 시대의 모습이자 시대의 유산이기도 하다. 대전 0시 축제는 거리의 축제이기도 하며 공연이기도 하다. 거리의 모습이라는 것은 결국 그 도시와 사람들의 문화를 담는 공간이기도 하다. 당신이 지금 보는 시간인 몇 시인가. 그 시간은 다음에도 기억이 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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