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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09. 2023

녹색의 유혹

여운이 남겨진 2023년 5월의 하동 세계차 엑스포

작년겨울에는 5월이 멀리 있는 것 같더니 지금 지나고 보니 금방이었다. 신록의 계절이라는 5월이 언제였던가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는 8월은 벌써 중순을 코앞에 두고 있다. 8월의 여름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고 겨울이 되면 다시 봄을 기다릴 것이다. 봄이 되면 다시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기른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담긴 하동야생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1,000년쯤 차를 만나면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 좋은 차가 몸에 들어감에 귀와 눈에서 온몸으로 퍼져 막히고 답답한 것이 사라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올해 5월에는 하동에서 세계차 엑스포가 열렸었다. 전세게의 다양한 차 맛과 함께 한국의 차를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추사 김정희는 차를 마시기를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그는 고요한 가운데 혼자 앉아 차를 마심에 그 향기가 처음과 같고 물은 저절로 흐르고 꽃은 저만치 홀로 핀다고 초의선사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었다. 

세계적으로 행사를 연다는 것은 정말 많은 준비가 필요한 일이다. 개인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과 화장실과 각종 편의시설을 잘 갖추는 것은 기본이며 그것이 준비가 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경험도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국제행사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는 행사의 개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2023 하동 세계차엑스포를 개최하고 나서 이곳에는 컨벤션시설과 같은 하동야생차치유관이 건설되었다. 하동 세계차엑스포가 끝나고 하동을 흐르는 섬진강에서는 재첩 축제가 8월 초반에서 열렸다. 

산에서는 녹차가 나오고 강에서는 재첩이 나오는 하동은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지역이기도 하다. 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국내 어업 분야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이후 처음 열렸다. 

오래간만에 다시 문을 연 하동차박물관에서는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세명 모두 차를 좋아했고 차로 이어졌으며 차를 가지고 편지를 주고받았던 사람들이다.  

차와 선은 하나라고 다산 정약용은 말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찻잎을 주전자 바닥에 먼저 넣고 끊은 물을 붓는다. 여름에는 끓는 물을 먼저 붓고 물 위에 찻잎을 띄운다, 봄, 가을에는 끓는 물을 절반쯤 붓고 찻잎을 넣은 다음 그 위에 다시 물을 붓는다고 하였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차를 마시는 방법도 달라진다. 우리 몸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듯이 마음도 달라지고 먹는 것도 달라진다면 조금은 더 맑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문득 저 너머에 무언가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파란 하늘을 떠다니는 하동의 너머에는 뭔가 새로운 세상과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다. 사람의 상상은 이야기가 되고 때론 그림이 되기도 한다. 막연해 보이는 지역이지만 때론 행복한 시간이나 추억, 동시에 누군가가 느꼈을 그 감성을 느껴보기를 권해본다. 

축제는 끝이 났지만 8월에는 하동 아트갤러리에서 구름위 산책전과 오는 17일 하동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2호선 세입자를 만나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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