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어간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여름저녁
집에 있으면 머리가 닿지 않아도 천장이 있으며 바닥은 딱딱하기만 하다. 사람은 개방감을 느끼는 곳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른다고 한다. 따스한 햇살이 저 너머로 넘어가고 바다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저 멀리에서 다가오는 찰싹거리는 파도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바람과, 햇살, 파도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것이 해수욕장의 매력이다.
이곳에 열렸던 머드축제는 8월 초에 막을 내렸다. 대천해수욕장을 처음 찾아온 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대학교를 들어가서 첫 OT를 이곳에서 했었다. 해수욕장이라는 곳을 처음 방문했지만 그냥 모래가 많은 바닷가 같은 느낌이었다. 선배들 덕분에 모래바닥에서 극기훈련을 하면서 모래에서 뛰는 게 참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많은 편의시설뿐만이 아니라 숙박시설과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져 있어서 충남의 대표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소라를 귀에 대고 있으면 마치 잔잔한 파도가 치는 듯한 공명을 만들어낸다. 살아 숨 쉬는 철학인 바다는 존재자체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자연의 변화에 의해 큰 파도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보면 마치 산처럼 보일 때가 있다.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머드광장에는 바닥분수가 설치가 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리드미컬하게 물이 끊임없이 솟구치고 있다. 파도소리에는 회복이 힘이 있다. 자신의 마음속에 새롭게 도약하는 힘은 결국 비울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해가 저너머로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걸어서 다니다 보면 누구와 왔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대천해수욕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식당은 조개구이집들이다.
대천해수욕장의 머드광장, 노을광장, 분수광장에 각각 설치된 배달존은 현재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운영 종료일은 8월 20일이다. 이후로도 배달존 운영이 끝난 8월 21일부터 9월 1일 사이 5일간 1일 4회 드론 배달존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바다는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바다는 쉽게 뜨거워지지도 않고 쉽게 차가워지지도 않는다. 천천히 그 변화를 보여준다. 아마도 지구가 존재하는 이상 바다는 계속 리듬을 가지고 파도를 만들어가며 존재할 것이다.
1930년에 개장하였으니 몇 년만 더 있으면 100주년이 되는 대천해수욕장은 머드로 알려져 있고 평균 수심 1.5m로 얕은 수심과 경사가 완만하여 가족을 동반하여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파도소리를 듣는 것처럼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맛보려면 현대 생활의 복잡함을 잊어버리는 적당한 명랑함 혹은 서정성이 필요하다. 일상의 곳곳에 무수하게 흩어져 있어서 사는 사람들은 인간의 삶이 다른 어떤 존재보다 더 수월하고 아름다울 때가 있다. 대천해수욕장을 비추었던 태양은 바다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다채로운 필자의 삶을 기록하는 이 순간에 발음이 예쁜 한 단어를 적어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