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대화하다.
주만 : 무슨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냐
진수 : 대마도는 원래 연강수량은 천미리정도인데 비가 안 와도 안개와 흐린 날이 210 여일로 많은 편이라 맑은 날 보다 흐린 날이 많은 편이야.
수진 : 비와도 운치 있는 것이 괜찮은데?
주만 : 어딜 보러 간다고 그랬지?
성현 : 대마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에보시타케 전망대야.
주만 : 날씨가 이런데 볼 수나 있겠어?
소희 : 올라가 봐야 알지.
주만 : 괜히 헛걸음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드네.
수진 : 그렇지 말고 올라가 보자. 금방인데 뭐.
소희 : 대마도의 아소만과 리아스식 해안을 볼 수 있다잖아.
리아스식 해안 : 하천 침식을 받은 지역이 해수면 상승이나 지반의 침강으로 침수되어 형성된 해안으로 해안선이 복잡하고 곶과 만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주만 : 리아스식? 지리시간에 들어본 적 있지. 겨우 그거 보러 올라가는 거야.
수진 : 거기서 보면 정말 아름답대. 크고 작은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걸 상상해봐.
소희 : 그냥 올라가자. 코끼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한테 코끼리를 설명해봤자 의미 없잖아.
주만 : 참내 나도 멋진 거 좋아해. 올라 걸 거야.
성현 : 이야 정말 멋지다. 한 눈에 대마도의 주변 지형이 다 보여.
수진 : 그러네.
진수 : 머가 다 보인다는 거야?
성현 : 쉿.
주만 : 이 계단 올라가면 되는 거지? 잘 안보일 것 같은데.
수진 :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다 있다니
주만 : 뭐야 안개껴서 아무것도 안보이잖아. 다들 짠 거야?
진수 : 우리만 당할 수는 없잖아.
소희 : 그만하고 내려가자. 일본 신의 전설이 있는 와타즈미 신사를 보러 가야지.
주만 : 일본 신의 전설이 뭐야?
수진 : 주만아 지금 일본의 천황이 누군지 알아?
주만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대한민국 대통령만 알면 되지.
수진 : 지금 천황은 아키히토 천황으로 125대 천황이야.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손자뻘인 전설상의 첫 번째 왕 진문의 125번째 직계 후손이거든.
성현 : 그럼 아마테라스가 누군지 알아야겠지? 천신이라는 이코호호데미노미코토와 해신인 도요타마히메노미코토를 모신 해궁으로 이들에 대한 용궁전설이 있어. 주만이가 좋아하는 반지의 제왕의 훨씬 전 시대에 아이누들이 있었잖아.
주만 : 응 내가 아이누는 잘 알지.
성현 : 그런 아이누들이 있었을만한 시대에 해신인 도요타마히코노미코토가 궁을 지어 와타즈미노미야라고 명명하였는데 어느 날 히코호호데이모니코토가 잃어버린 낚싯바늘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가 도요타마히코니코토의 딸 도요타마히메를 만나 결혼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어. 딸 도요타마히메는 도요타마히코노미코토의 동생과 결혼하여 낳은 딸로 어떻게 보면 얽히고설킨 관계지.
아이누 : 반지의 제왕을 집필했던 톨킨이 창조한 캐릭터로 태초에 아담과 이브가 있던 것이 아니라 에루라는 절대 존재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전에 존재했던 그런 존재가 있는데 에루는 '아이누'족을 창조한다. 그리고 지구 같은 생명이 사는 세상인 '아르다'를 창조하게 되고 이는 아이누가 다스리게 된다. 이후에 절대 존재 에루는 엘프와 인간을 창조하여 세상에 존재하게 만들고 아이누는 그들이 머무는 땅을 발리노르라 부르며 머물게 된다.
진수 : 그러고 보면 모든 나라가 시작될 때 전설이 있네. 금관가야의 시조 김수로, 신라의 박혁거세, 백제의 온조, 고구려의 주몽, 고려의 왕건, 조선의 이성계 모두 전설이 있던지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지잖아.
성현 : 그래야 국가를 세우는데 정당성을 더해주잖아. 위대한 인물의 후손이라는 거지. 그리고 와타즈미 신사는 금관 과야의 시조인 수로왕릉을 바라보고 있어.
주만 : 그건 좀 신기하다. 신사가 바라보는 방향이 동해의 수로왕릉이라니 말야.
수진 : 와타즈미 신사다.
소희 : 본전을 등에 대고 보니까. 정면으로 이어진 다섯 개의 도리이는 잔잔한 아소만과 용궁 전설이 어우러져 신화의 세계를 연상케 해주는데?
수진 : 소희야 그런 표현 괜찮다.
성현 : 와타즈미 신사는 정말 오래된 곳이야. 일본 헤이안 시대(794 ~ 1185)의 율령 세칙 엔기시키의 진묘초에 표기되어 있을 정도니까.
주만 : 토리이? 맞지? 토리이가 쭉 이어져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하긴 하다.
소희 : 종교, 역사, 신화는 모두 연결성이 있는 것 같아. 어느 하나도 뗄레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 말이야. 물론 유대계 철학자 모세스 마이모니데스가 신화적 요소를 배제한 종교를 창안하기도 했지만 말야.
수진 : 주만아! 그 물 마시는 거 아냐. 늦었다.
주만 : 어? 마시는 거 아냐? 목말라서
성현 : 이건 정화수 역할을 하는 거야. 국자로 물을 떠서 왼손, 오른손, 입을 순서대로 씻는 거지. 머 마신걸 어떻게 하겠어.
주만 :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
수진 : 죽기야 하겠어?
성현 : 그리고 저 스모장에는 여성이 들어가면 안돼. 스모가 시작된 이래로 1,400년간 스모가 벌어지는 도효에 여성이 허용된 적이 없어.
도효 : 스모를 겨루는 장소로 스모를 하는 씨름꾼인 리시키가 겨루는 곳이다. 도효는 한국의 씨름장보다 크기가 좀 작다.
소희 : 어차피 일본인의 씨름장에는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
진수 : 일본은 참 묘한 나라야. 한국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샤머니즘은 모두 사라졌는데 이렇게 남아서 유지되고 믿고 있는 걸 보면 말야. 토리이 여러 개가 이렇게 연결된 것은 처음 봐.
수진 : 이곳에는 총 5개의 토리이가 있는데 각각 인간의 욕망을 의미한대.
성현 : 대마도가 일본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와타즈미 신사는 일본의 기원과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본토의 번주들이나 수상들이 존경의 의미를 담고 바라보는 곳이기도 해.
와타즈미 신사의 전설 : 하늘의 형제신들이 낚시를 했는데 형은 낚시를 무지 잘하였다. 동생은 그것에 시샘이 나서 몰래 훔쳐서 하다 낚시 바늘을 바다에 떨어트린다. 동생 히코호호테미노코토는 그 바늘을 찾기 위해 바다로 내려왔다가 바닷속 용왕의 딸인 공주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를 보고 한눈에 반해 결혼한다. 육지로 올라가서 살기로 한 이들은 출산을 위해 이곳 와타즈미 신사의 자리로 온다.
아기를 낳는동안 절대 안을 보지 말라고 했지만 어디 호기심이 그러한다. 너무나 소리가 자지러지길래 살짝 엿보았더니 구렁이 한 마리가 아기를 낳고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을 안 토요하마히메노미코토는 바닷속으로 돌아가버리고 자신의 동생인 타마요리히메이코토에게 맡겨 길러지게 된다.
그 아이는 무럭무럭 커서 우가야후키아헤즈노미코토가 되고 그는 타마요리히메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카무야마토디와레이코노미코토 (일명 야마토천황)가 되었으니 이것이 1대 천황이다. 즉 그들은 태양신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는 셈이다.
수진 : 대마도가 임진왜란 때 일본에 상당히 중요한 전진기지였었어. 이쪽 도로로 쭉 돌아가면 1592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른팔이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1진 수백 척이 조선땅으로 갈 명령을 기다리면서 있었던 곳이 나오니까.
주만 : 일본에서 곧장 간 게 아니라 대마도에 있다가 갔구나.
성현 : 지금이야 확실하게 일본땅이라고 인식을 하지만 조선 전반기 때 까지 만 만하더라도 중립국에 가까운 곳이었어. 세 차례의 대마도 정벌이 있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세종 때 이루어진 3차 대마도 정벌로 이종무가 이끌었었지. 당시 대마도에서는 누카다케 전쟁(糠嶽戰爭)이라고 불렀어.
3차 대마도 정벌 : 1418년에 큰 흉년이 들어 대마도의 왜구들이 조선땅에 와서 약탈을 하자 그 이듬해인 세종 1년 태종의 주도 아래 장천군 이종무를 삼군 도제 찰사로 임명하여 대마도로 출병하도록 명한다. 왜구 1백여 명을 참수하고 2천여 호의 가옥을 불태웠으나 180명의 조선군이 전사하는 등 많은 인명 희생이 있었으며 분명한 군사적 승리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원정 이후 대마도주가 항복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되고 상당 기간 동안 왜구의 침입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주만 : 일본 사람들은 기회만 되면 한반도를 넘어오려고 하는 것 같아.
소희 : 일본이 침략했던 역사는 잊지 말아야겠지만 무조건적인 배척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인간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한국과 일본의 관계 역시 불가근 불가원으로 바라봐야 되지 않을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배우고 친하게 지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가까이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듯 해.
수진 : 지금 한국 사람들은 역사와 대화하는 것을 그냥 외면하는 느낌? 언젠가는 꼭 풀기 위해서 해야 하는 대화를 자꾸 미루는 것 같아.
진수 : 역사와 대화하다. 괜찮네.
소희 : 그러게. 역사의 해석은 특정한 시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입관과 편견을 심어주지. 그리고 쉽게 변하지도 않고.
역사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지만, 우리는 역사에 속한다. -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주만 : 그건 그렇고 저녁은 뭐 먹을 거야?
소희 : 초밥이나 먹으러 가자. 맛있는 곳도 많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