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집가의 초대

국립청주박물관 이건희 기증 특별전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것을 넘어서 생존과 전혀 상관없는 것에 경제적인 지출을 할 때 여유 있어 보인다는 말을 한다. 기본적으로 의식주는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미래소득도 보장이 되고 현실도 괜찮은 수준에 있어야 비로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것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 보여주기 위한 명품을 사거나 좋은 차를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될 자신만의 만족이며 과시가 아닌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수집하는 취미는 매우 고급적이며 차별적인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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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가 수집했던 수많은 소장품들이 표면 위로 드러난 것은 바로 이재용의 승계로 인한 세금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애지중지 모았던 이건희의 수집품을 기증함으로써 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도 한몫을 했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모아 온 국보, 보물급의 다양한 수집품이 대중에게 공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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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이 어떤 것을 수집해야 하는지 선호를 알아야 하며 수집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작품을 보는 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작품을 보는 눈이 없으면 어떤 것이 미학적으로 혹은 가치가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곳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시간당 관란자의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QR코드등을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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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전통을 보는 눈은 하루, 한 달, 1년 만에 생겨나지 않는다. 문화유산에 대한 감식은 보통 선친등에 의해 이어져 온다. 빼어난 안목이 있는 누군가가 선대에 있거나 재력이 바탕이 되는 집안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그런 배경도 없이 수집가의 눈을 가졌다면 그 사람은 그 자체로 탁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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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와 아내가 같이 수준 높은 보물들을 수집하였는데 상당수는 그 가치와 우수성을 인정받아서 국보, 보물 등으로 지정되었으며 이번 청주 특별전에서는 회화, 도자, 불교공예품 등 18건의 국가지정문화재도 만나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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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근본적으로 문화를 좋거나 나쁜 것으로 우열을 비교할 성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란 단지 다를 뿐이다. 현재 우리 문화의 색깔이 있느냐 우리 나름의 문화정체성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 이건희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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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등에 가보면 아름답고 가치 있는 옻칠을 한 소목장의 작품들이 있다. 그런 작품들을 보면 사서 수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살고 있는 곳 외에 그런 공간을 갖추어놓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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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품들을 보다 보면 왜 사람이 미술품을 감상하고 조선 후기에 선비들이 소중한 미술품들을 수집하는 기쁨을 누리고 자신만의 공간에 진열하여 감상하고 즐겼는지 알게 된다. 아름다운 미술품들은 때론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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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서화작품으로. 채용신의 '화조영모도'는 오는 10월 9일까지, 김홍도의 '추성부도'는 오는 10월 1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정약용의 '정부인전'은 9월 6일까지, 김응원의 '지란 정산도'는 9월 17일, 안중식의 '청록산수도'는 10월 29일까지 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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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화조영모도는 근대기 초상화의 대가로 잘 알려진 채용신의 작품이라고 한다. 그림의 좌. 우에 해와 달 그리고 물, 바위, 사슴, 학, 거북, 소나무 등을 그려 일월오악도와 십장생도를 연상케 한다. 전체적으로 수채화의 분위기를 냈고 사선으로 커다란 매화를 배치하고 먼 산을 옅게 처리하여 원근감을 부여하였다. 생동감은 새와 동물의 움직임을 통해 조화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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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청주박물관에서 열린 기증특별전은 이건희 기증품의 세 번째 지역 나들이였다.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수집가의 안목과 취향으로 모은 수집품들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돈을 투자했고 독자적으로 전시전을 열만큼 규모를 이루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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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인 측면이나 한국의 기업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건희가 걸어온 길은 누구보다도 크고 뚜렷한 것은 사실이다. 그가 초기에 사재를 털어서 인수한 반도체 업제로 인해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이끄는 주력산업이 되었고 앞으로도 주력산업이 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개인적인 삶의 측면과 기업가의 측면에서 그가 생각하면서 살았던 말은 필자도 공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패는 많이 할수록 좋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실패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언가 해보려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유능하다. 이들이 기업과 나라의 자산이 된다." - 이건희의 말


국립청주박물관

어느 수집가의 초대

2023.7.25.(화) ~ 10.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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