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
청주라는 도시는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도시로 중부권에서 공예의 가치와 그 의미를 잘 유지하고 꽃 피우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문경의 찻사발, 여주, 이천의 도자기, 강진의 청자 등 수많은 도자의 고장에서 장인과 무형문화재를 만나보면서 그 역사와 유래, 아름다움을 지켜보았다. 고유한 문화색을 가진 사물들이었지만 올해 열린 2023년 가을 청주 문화제조창에서는 사물의 지도 (The Geogaphy of object)만큼 다채롭지는 않았었다. 마음의 지도를 그리듯이 사물의 지도를 살펴보며 예술의 세계로 빠지기 위해 청주 문화제초창을 찾았다.
광복 다음 해인 1946년 문을 연 14만 평방미터 규모의 청주연초제조창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이곳에서만 3천여 명의 근로자들이 일했는데 매년 100억 개비 이상의 담배를 생산하고 17개국으로 수출하는 근현대 한국경제 부흥을 이끌던 곳이기도 했다.
절정에 이르렀던 담배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게 되자 청주 연초제조창은 폐쇄 절차를 밟게 되었는데 1999년 원료공장의 문을 닫으며 지역경제와 삶의 중심지였던 이곳 담배공장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며 이 건물은 동네의 애물단지로 전락을 해버렸다.
불이 꺼졌던 연초제조창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게 된 것은 문화를 스며들게 하면서부터다. 2011년부터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오래되었던 연초제조창이 문화제조창으로 바뀌면서 담배의 불이 아니라 문화의 불을 지피게 된 것이다.
올해 열린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다.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이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예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지형도를 그렸다고 한다. 설명을 들으며 땅에 묻힌 금속의 변색된 아름다움을 발굴하는 작가 아디 토크부터 원시 식물의 풍경을 테라코타로 빚는 김명진의 작품들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전시된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사물의 지도를 그렸다고 할 만큼 다양한 문화와 색채, 작가들이 생각이 공예라는 장르 위에 쌓아 올린 24년의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였다.
총 18개국, 63 작가/티밍 참여하는 본전시는 공예와 함께 우리의 삶이 내일에도 지속되고, 인류는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명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잇따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도자 넝쿨과 풀꽃으로 정원을 구축하는 작가 다카하시 하루키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본전시를 하는 전시관은 A(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 - Bilphilia, beyond Humanism), B(인간-자연-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전자와 맥락들 - Beme & Cultrural Contexts), C(손, 도구, 기계, 디지털의 하이브리드 제작방식과 기술들 - Hybrid & New Carftsmanship), D(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 - Upcycling & EC), E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들 - Net of Bilphilia & Future)등으로 구분이 되어 있다.
본전시 이외에도 초대국가전 - 스페인과 청주국제공예공모전, 특별전, 워크숍, 어린이 비엔날레, 새 삶스러운 공예챌린지, 학술 강연과 공연을 45일 동안 만나볼 수 있다.
공예를 하는 작가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이곳은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버려진 담배공장이었지만 문화로 이어지는 청주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지역경제를 책임졌던 담배공장은 지역문화는 물론 세계적인 문화의 정신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의 80%가 신작을 발표했다고 하며 특히 청주에서 자라났다는 유르겐 베이는 팽나무를 활용해 작품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두 번째 섹션에 들어오면 공예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인류의 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인류의 4대 문명이라고 하는 지역의 문명권마다 각기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발전되어 왔다. 공예는 의식주와 같은 실생활부터 전통과 현대를 이어가며 국가마다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대상으로서 사물의 지도를 그려왔다.
어떤 작품들은 쓰임에 주목에 만들기도 했고 어떤 작품들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유를 묻는 것처럼 보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해서 만든 작품을 통해 인간적이라는 근원을 찾아가면서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다.
공예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대량생산이 아닌 노동집약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가장 인간적이면서 가장 문화적이며 미래에도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것이 공예다. 이곳에 놓인 3,000여 점의 작품에는 사람의 시간과 온기를 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