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문화의 가치를 만나보는 대전시립박물관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모으면서 살아간다.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도 있고 개인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도 있다. 어떤 것들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공감의 가치를 지닌 것도 있고 어떤 대상은 금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통용되기도 한다. 보통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미술작품을 모으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미술작품을 모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것은 그만큼 다른 것을 채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다양한 걸 접하며 어떤 부분을 작가가 바라보았는지,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 관찰해 보는 시간과 여유를 준다. 예술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하며 무엇을 하고 싶은지 간접경험을 해볼 수가 있다.
규모나 역사를 보면 중부지역을 대표하는 전시장임이 틀림없는 곳으로 평가받으며 1998년 개관한 대전시립미술관은 올해로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지역 작가에게 사실상 공식적인 '데뷔 무대'인 지역 공공미술관이 최상의 조건에서 이들의 작품을 전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가 한국미술에 관심을 두는 이때야말로 지역의 작가를 세계적인 작가로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공공미술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에 제20회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을 받은 성민우, 연상록의 전시전이 열리고 있어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았다.
고인이 된 이동훈 화백은 구한말 1903년 평안북도 태천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서양화에 입문하고 선전(조선미술전람회)을 통해 한국화단에 등단한 화가다. 한국의 목가적인 농촌을 소박하고 경건한 황토 빛깔로 그려낸 모든 풍경화는 한민족의 정기가 스며들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년 전인 2003년 제정된 '이동훈미술상'은 대전과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한국근현대 미술사에서 이동훈 화백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대전미술의 발전을 위해 제정된 미술상이라고 한다.
서산에서 태어난 성민우 화백은 자연에서 본 다양한 색 위에 동양화의 채색과 금분, 은분을 사용하여 생물의 미세한 구조, 혹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의 생태를 추격하듯 더 이상 그릴 것이 없는 상태까지 파고들어 화면을 메워 나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자연의 생성과 소멸은 생명의 유한성에 의한 순환구조, 즉 인간의 윤회적 삶과 닮아 있다고 한다.
대전에서 출생한 연상록 화백은 1990년대부터 자연의 숲을 테마로 화려한 색채로 뿌리고, 번지고, 덧칠하고, 찍고 그리는 행위를 반복하여 주관적인 감정선에 따라 화면을 구성하는 절제된 작품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빛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끊임없이 추진하였으며 빛의 근원적인 성찰을 통해 회화의 존재,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을 모두 아우르는 빛을 재해석하고 환원하는 자신만의 작품색채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는 원래 9월 10일까지 전시하려던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전시를 10월 1일까지로 연장했다고 한다. 사전 예약을 해야 관람이 가능한 이 전시회는 매회 관람 인원을 꽉 채워 미술관으로서는 전례 없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이 전시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1488점 가운데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을 선보이는 순회전이었다,.
이건희 컬렉션 50점뿐 아니라 한국 근현대 미술 1세대 작가인 김환기·박수근·장욱진·유영국·이중섭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신화가 된 화가들’ 섹션도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매년 회화· 조각· 공예· 판화· 설치· 미디어 등의 부문에서 충청권의 명망 있는 작가를 선정한다. 본상은 한국미술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원로작가에게, 특별상은 지역에서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30~50대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기도 하다. 이건희 컬렉선은 10월 1일로 종료가 되겠지만 이동훈 미술상 특별상 수상 작가전은 10월 1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언젠가는 삶에서 무엇을 담을지 생각할 때가 온다.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비워야 할 때도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길을 걸었고 오늘도 걷고 있으며 내일도 걸을 것이다. 대전이라는 도시의 문화적인 가치를 살펴봄과 동시에 미술을 통해 다른 관점과 경험을 담아볼 수 있는 곳이 대전시립미술관이기도 하다.